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꽤 궁금한 책이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곳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몇몇 한국어책 중에 이 책이 있었기에 감사하게도 빌려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읽는 에세이는 참 힐링이 된다고나 할까? 뭔가 사치스럽고 여유있는 독서를 하게 된 것 같아서 좀 감사하기마저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보면 알겠지만, 알랭 드 보통의 작품 중에 동명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을 대놓고 카피해서 쓴 작품이 포함된 작품집은 단편집인데, 대부분 현대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을 매개체로 한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그러고보니 장류진 작가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읽고나서느 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느껴진다.
사실 지금까지 조남주작가가 참 현실적인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류진 작가야말로 조남주 작가와는 살짝 결이 다르지만 진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소소하고 심지어 공감포인트가 너무 많다. 말그대로 일반인, 소시민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 이야기이고, 내 동생들의 이야기이고, 우리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가 때로는 씁쓸하기도 했고, 때로는 너무 따뜻하기도 했다. 그냥 술술 읽히고, 또 그냥 우리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장류진 작가의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좀 찾아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책 뒤쪽에 실려있는 인아영 평론가의 작품해설이 너무나도 와닿아서 열심히 줄을 쳤던 것 같다. 이하 발췌한 부분은 모두 작품해설에서 가져온 글들.
"Dear." 이 마지막 문장에서 핀란드 노인의 따뜻한 정성과 한 때의 꿈이 교차되지만, 소설은 엄청난 회한이나 아쉬움으로 젖어들지 않는다. 백살쯤의 핀란드 노인과의 비현실적인 만남을 추억하면서도, "4대 보험이 어쩌고 하는 말들과 상여금, 특근수당, 연차와 실비보험 같은 단어들"이 주는 푹신함을 냉정하게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건네는 따뜻한 온도를 잊지 않으면서도 4대 보험의 푹신한 촉감도 무시하지 않는 현실 인식. 이것이 장류진의 소설을 지탱하는 고유한 균형감각이다.
그러나 장류진의 소설은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스템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질문하며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런 점에서 중고거래 앱 서비스를 통해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는 카드회사 직원의 대응은 자못 신선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을'로 살아가야 하는 모멸감에 울다가,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라고 생각을 고쳐먹고는, 직거래로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곤경을 극복한다. 이것이 삭막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최선의 밸런스를 찾을 줄 아는 개인의 기민한 응전이자 생존을 위한 센스다.
이 과정에서 여자가 잠시나마 "묘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시선이 곧 권력이자 정치이기 때문이다. 시선의 권력은 대상을 볼 수 있는 동시에 그 자신은 보이지 않아도 되는 이에게 귀속된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위계적인 구조가 전복되면서, 오직 성적인 대상으로 물화되고 교환되는 여성의 신체 대신 새벽에 남몰래 성매매를 하러 온 남성들의 초조한 얼굴이 대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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