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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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유미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Mashimaro | 2022. 4. 17. 01:04

 

 

 

 

 

이 책이야말로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제목이 벌써 매력적이지 않은가?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니... 사실 나는 일기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다이어리도 매년 빼곡히 잘 쓰고있고, 묵상노트도 나름 작성하고 있고, 독서노트도 벌써 거의 7년째 쓰고있는데 유독 어려운 것이 일기이다. 그런데 작년 한 해동안 감사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게 습관이 잡힌 것 같다. 덕분에 올해는 짧게나마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에 일기도 함께 작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더 욕심이 생겼을 수 밖에. 물론 내가 에세이를 쓰고싶은 열망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글을 좀 잘 쓸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읽기 시작한 이 글은 엄청나게 공감포인트가 많았다. 역시 이러한 글을 쓰는 작가들, 그리고 에세이 작가들은 정말 공감능력을 불러들이는 특별한 달란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부분도 에세이쓰기를 할 때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기를 쓰는 감정이나 상태, 그리고 우리가 글을 지속하지 못하는 부분,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하는 것의 어려움 등... 저자는 마치 내 속에 들어왔던 것 같이 이야기를 막 풀어낸다. 심지어 글이 간결하고 알기쉽고 심지어 짧아서, 부담없이 그리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길지 않은데, 아마도 정말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고 싶은 사람이나,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참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초보작가가 된 기분으로 읽어보기도 하고, 또 독자가 된 기분으로 읽어보기도 했다. 아마도 어떠한 입장에 서서 읽어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내용이 길지 않으니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기는 많은 사람이 가장 최초로 경험하는 ‘연재’입니다. 일기를 안 쓰면 안 썼지,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오늘 쓰고 꼭 내일이 아니어도 언젠가 다시 씁니다. 일기는 인간이 처음 쓰는 자기 자신, 즉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 엄마의 생신 선물로 그때를 떠올리며 일기장을 선물해드렸는데 지금도 쓰고 계신지는 모르겠네요. 다만 엄마가 일기를 계속 쓰셨으면 하는 바람만은 간절했어요. 일기를 써본 사람은 그 행복한 여운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타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은연중에 자신을 투영해요. 그러면서 ‘아, 나도 이런 적 있는데!’라고 하죠. 그런 횟수가 잦아질수록 그 작가의 팬이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일기와 에세이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다시 말해 일기는 쓰는 사람(나) 중심이고 에세이는 읽는 사람(독자) 중심의 글이에요. 우리는 일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에 대해 고민하진 않아요. 왜 그럴까요? 바로 나 혼자 보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나뿐이에요. 일기는 오히려 누가 보지 않길 바라는 글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일기장에 자물쇠를 걸어놓고 서랍 깊숙한 곳 아무도 찾지 못하는 장소에 숨겨놔요. 누가 보면 큰일 나죠!   하지만 에세이를 써서 장롱 위에 올려놓으면 될까요? 에세이는 목적이 있는 글이에요. 누군가가 읽길 바라는 마음에 씁니다. 즉, 독자가 있다는 거고 그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읽힐지를 고민해요.

 

그들의 책을 왜 좋아하는지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 작가들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포장해서 좋아하나요? 허세 가득한 자신의 일상을 자랑해서 팬이 되었나요? 아니죠! 너무 솔직하게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작가의 책이 나오면 제목도 보지 않고 서점으로 달려가는 겁니다.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작가의 일상에서 공감을 얻고 위로를 받기 때문에 그들의 책에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찍어서 SNS에 퍼트리는 거죠. ‘이 작가라는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요.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솔직하게 써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준은 내가 쓸 수 있을 법한 수준의 책이에요. 독서의 양이 늘면 읽고 싶은 책이 명확해져요. 그런 책을 단번에 알아보는 시각도 또렷해지고요.

 

한 권의 에세이에서 계속 의미가 있는 글만 이어지는 걸 독자들이 좋아할까요?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이 명확하고 의미가 있다는 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길 권합니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벼워지고 싶어서 읽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홀가분하게 책장을 넘기고 싶어서요.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자국이 낫다.

 

마루야마 겐지는 우리의 기억 속에 정보가 많은 것 같아도 의외로 적다면서 자신의 머리를 너무 믿지 말라고 합니다. 지금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몇 시간만 지나도 ‘내가 쓰려던 게 있었는데 뭐였지?’ 하고 생각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고 넘어갔던 적이 있을 거예요.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노트를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 

 

써야 합니다. 메모 행위를 귀찮아하는 순간 글은 빈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순간적인 감정, 생각, 분위기 등을 메모하는 것만큼 새롭게 알게 된 개념어, 몰랐던 단어, 흥미로운 상식, 독특한 정보 또한 꼭 필기해두세요. 메모 방법은 각자 편한 대로 하면 돼요. 앞서 말했듯 저는 주로 휴대전화 메모장이나 노트북의 포스트잇 기능을 써요. 이렇게 메모한 것들을 활용하면 내 글이 더 풍부해지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죠.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에서 노홍철이 그런 이야기를 했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예요!”   여기에 꾸준함과 좋은 문장을 대입해보죠.   “문장이 좋아서 계속 쓰는 게 아니라 꾸준히 쓰니까 문장이 좋아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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