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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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아가와 다이주 『막차의 신』

| Mashimaro | 2022. 3. 28. 23:18

 

 

 

 

 

이 책도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서점대상 후보작이기도 했는데, 이건 좀 웃긴표현일 수도 있지만.. 정말 딱 서점대상 후보작 같은 분위기의 책이었다. 책은 솔직히 가벼울 것 같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았고, 또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다운되지 않게 쓴 작품 같았다. 그리고 먼저 읽었던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점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의 문화를 알고있다면 조금 더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책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 살고있는 그 친구는 사실 일본문화를 잘 몰라서 많이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일단 이 책의 제목이 《막차의 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철과 연관된 소재들을 사용했고, '막차'와 관련된 밤시간대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디테일한 설정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이 '인신사고'라는 점이다. 이게 뭔 단어야.. 할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인신사고'로 인해 열차가 멈추거나 연착이 되는 일이 꽤 빈번하게 생긴다. 책 속에서도 잠깐 언급하긴 하지만, 이건 선로에 사람이 떨어진 상황이 주가 되기는 하지만, 자살로 인한 케이스도 꽤 많아서, 죽음과 직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죽음'과 직결되는 이러한 표현이 일본의 전철이나 전철역에서는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들 입장에서 유명한 사건은 아마도 신오오쿠보역에서 사람을 구하고 희생한 이수현씨의 일화일텐데, 아무래도 이러한 소재와도 연관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작가, 꽤나 묘사가 디테일하다. 아니 뭐라고 할까... 마치 등장인물들에게 빙의되서 쓰는 것 같이 꽤나 세밀한 감정선 같은 것들을 정말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화려하진 않은데, 그 사람이 되어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근데 또 등장인물들이 꽤 다양하기도 해서, 어떻게 이렇게 마치 직접 경험한듯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참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서점대상 후보작 답게 이렇게나 일본스러운 소재로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찌 읽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본사람들이 읽었을때에는 너무나도 서민적이기도 하고, 또 어느정도는 동화같기도 한.. 하지만 또 엄청나게 생활밀착형인 이 책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은 아니지만, 일본에 살고있는 입장에서도 꽤나 재미있고 따뜻하게 읽었던 작품인 것 같다. 덕분에 다음 시리즈인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도 읽기 시작했다.  

 

 

 

“인생,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그야 당연하지.” “인생은 학교다.”

“그야말로 명언풍이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

“뭐야, 그건?”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야.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달려야 한다.”

“멈추고 발을 디디면 되지.”

“그러네.”

 

“인생은 10단 변속 자전거 같은 것. 거의 안 쓰는 기어투성이다.”

히토미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을 때, 모두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누가 한 말이야?”

“라이너스. 스누피 친구.”

순간, 기분 좋은 깨달음 같은 것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철학자도 아니고, 문학가도 아니며, 하물며 정계나 재계에서 성공한 누구도 아닌, 만화에 나오는 자그마한 아이가 인생에 관해 진부하지 않은 표현을 했다.

 

사람들은 자못 있을 법한 이야기를 원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말로 설명을 해주는 것만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진실인 것이다. 자주 일어나는 일만 진실이고,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거짓말일 거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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