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말 예전에 구입해뒀던 것 같았는데, 결국 이제서야 읽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생각보다 금방 읽히는 편인지라, 읽으려고 했다면 진작에 찾아읽을 수 있었을 것을 이제서야 꺼내들었다는 것도 참... 내가 의지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책은 단편인지라 더 술술 읽혔는데, 설정이 참 재미있었던 것이 소설가를 소재로 썼다는 점이다.
사실 별 기대도 안하고 거의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면 읽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이 작품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사실 그냥 대충 읽다보면 짧막짧막한 읽기쉬운 단편소설집이라고 쓱~ 지나갈 수 있는 책이기도 했을텐데, 읽으면 읽을수록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유머감각과 풍자가 살아났다. 특히 이 책에서의 묘미는 풍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현역 소설가의 입장에서 쓴 작품인지라 일본의 출판업계, 혹은 일본사회를 정말 재미있게 풍자해놓았다. 사실 일본사회에 대한 풍자가 기막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인데, 이 작품이 고퀄의 진지한 풍자라고 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작품은 정말 유머러스하게 잘 꼬아놓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만큼 중간중간 실소를 터뜨리며 읽기도 했던 것 같다.
또 각 소설마다 소재의 기발함도 있었다. 마치 소설의 소재를 메모해놓은 아이디어집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 솔직히 이렇게 짧막하게 이런 소재들을 다 풀어놓으면 아깝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책을 좋아하거나 출판시장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몇배는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가벼우면서도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이정도로 호평을 할 줄은 나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신기할 정도. 요런 작품들 자주 좀 내주면 참 좋겠다.
기묘한 시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별로 읽지 않은 주제에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책이 그리 팔리지 않는데도 베스트셀러 탑텐이 발표된다. 일반 독자가 전혀 모르는 문학상이 늘었다. 책이라는 실체는 사라지는데 그것을 둘러싼 환상만은 아주 요란하다. 독서란 도대체 뭘까. 요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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