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희한한 책이다. 제목을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없고, 책을 절반 이상을 읽었음에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야기를 이렇게 진행시키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이었다. 물론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나는 전체 13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서, 12챕터가 되어서야 공감의 밑줄을 미친듯이 그으며 책을 읽게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 그만큼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이 저자가 하고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비로소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끝까지 책을 읽고나서는 이 이야기에서 던지는 화두가 그렇게 엄청나게 특별한 이야기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고있는 영역에서 늘 고민하고 의심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엄청나게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고 또 늘 경계하고 고민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이 공감하며, 그리고 많이 생각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특별함은 그러한 결론(?) 또는 결말(?)에 있지 않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이 책을 서술해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한 과학자의 삶을 쫓기 시작하는 저자, 그리고 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고 하는 그 여정에 우리가 동참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독자인 난 이미 저자만큼의 공감없이 조금은 동떨어진 느낌으로 내용을 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속으로 푹 빠져서 함께 여행을 하고있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도 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고있는지, 또 나는 왜 계속 읽고있는지 모른다는 점이 참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과학자와 함께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이 책의 결말이 더 균형있고 더 치열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그러하기에 이 문제를 단순한 과학의 문제, 단순히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문제가 아니라 깊이 사유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삶의 문제, 인류의 문제, 이 세상의 문제로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이 더 신기한 것 같다. 사실 복잡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하게 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 이렇게 독자들에게 본인의 고민의 과정과 결론에 대해서 함께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 그러한 면에서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러한 글쓰기의 방법을 처음 접해봐서인지 뭔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신비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찬사들이 참 오버는 아닌가 할 정도로 느껴졌던 것이, 확실히 책을 다 읽고나니 적어도 왜 그러한 표현들을 했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된 것 같다.
나는 탈출하려고 그토록 애써온 지구로 다시 돌아왔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사명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하든, 얼마나 열심히 뉘우치든 어떤 피난처도 약속도 주지 않는 황량한 지구로.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발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계속 차를 몰면서 나는 이 넓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민들레들이 마침내 이 사실을 이해한 나를 향해 동시에 동작을 맞춰 고개를 끄덕여주는 모습을, 운전대 너머에서 내게 손짓을 하고 노란 꽃송이를 흔들며 나를 응원해주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제야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그는 자기가 대적하기에 너무 센 적수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그 센 적수는 바로 직관이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렇다고,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물고기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와 같은 수많은 언어적 수법을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의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왜 언니한테는 그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언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하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 열쇠를 돌리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과학자의 달인 나로서는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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