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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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빌 브라이슨 『바디, 우리 몸 안내서』

| Mashimaro | 2021. 7. 22. 19:18

 

 

 

 

 

빌 브라이슨의 책은 이미 몇 권씩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번 《바디》가 첫 완독책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처럼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였던 듯 싶다. 하지만 책은 이미 들춰본 경험이 있기에, 빌 브라이슨은 이미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상당히 많은 상식과 이야기들을 그만의 적절한 위트를 섞어서 전달해준다고나 할까..?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읽기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바디, 우리 몸 안내서》라니.. 이렇게 딱딱한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심지어 별로 관심도 없는 테마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빌 브라이슨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관심이 없던 분야를 또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빌 브라이슨 답게(?) 이 책에서는 정말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왠지 빌 브라이슨의 책에는 '거의 모든'이 꼭 붙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ㅎㅎ 실제로 내용을 보아도 몸에 대한 상당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각 챕터별로 책을 훑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또 몰랐던 내 몸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덩달아 위기감도 좀 느끼게 되었던... 다행히 요즘 운동을 조금씩 하고있다 보니 그나마 매우 큰 죄책감엔 시달리지 않았던 것도 같다. 

 

어쨌든,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과거에는 우리의 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매 챕터를 읽으면서 거의 매번 느끼게 되는 일이었지만 옛날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하는 생각을 갖게하는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많았다. 의학적 데이터가 아직 불안정하고 확립되지 않았을 시기에 엄청난 시행착오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꽤 최근까지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또 재미있고 인상적인 에피소드들도 참 많았는데, '장티푸스 메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강력하게 기억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감염병 관련된 파트 역시 참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거와 큰 변화가 없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안타깝기도 했고, 또 워낙이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진 상태라서 그런지 이 챕터에서 나오는 용어나 내용을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지금같은 시기야말로 이 책이 술술 잘 읽히는 시기가 아닐까? 어쨌든 내 몸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여러가지 의미로 참 좋았던 시간인 것 같다. 

 

 

 

유전체의 이런 수수께끼 같은 부위들을 전에는 정크(junk) DNA라고 했지만, 지금은 암흑(dark) DNA라는 좀더 우아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것들이 무엇을 하는지 또는 왜 있는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그중 일부는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 미지의 상태로 남아있다. (1. 사람을 만드는 방법)

 

인간 삶의 기적은 우리가 어떤 약점들을 타고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 사람을 만드는 방법)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뜻밖의 일들 중 하나를 노팅엄 대학교 의과대학의 해부실에서 겪었다. 그곳에서 교수이자 외과의사인 벤 올리비어(누구인지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는 한 시신의 팔을 부드럽게 짼 뒤에 약 1밀리미터 두께로 피부를 얇게 벗겼다. 너무나 얇아서 투명할 정도였다. "우리의 피부색은 다 여기에서 나오는 겁니다. 인종 어쩌고 하는 것들이 다 얇은 표피에 불과한 거죠." (2. 바깥 : 피부와 털)

 

그 직후에 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니나 자블론스키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우리 인체 조성의 한 작은 측면을 그토록 중시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죠. 피부색은 햇빛에 대한 반응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마치 피부색이 사람을 결정하는 인자인 양 행동한다니까요. 생물학적으로 보면, 실제로 인종 같은 것은 아예 없어요. 피부색, 얼굴 특징, 모발 유형, 골격 구조 등 사람들을 규정하는 그 어떤 특성도 인종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아요. 그런데도 피부색 때문에 인류 역사 내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예가 되거나 증오나 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기본권을 박탈당했는지 보세요." (2. 바깥 : 피부와 털)

 

피부색은 수렴 진화라는 것의 고전적인 사례이다. 수렴 진화는 둘 이상의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2. 바깥 : 피부와 털)

 

예전에는 지능이 뉴런의 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냅스의 복잡한 연결 양상에 달려 있다고 본다. (4. 뇌)

 

포유류 중에서 공기와 음식을 같은 통로로 보내는 동물은 우리뿐이다. 재앙이 닥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은 목을 지키는 일종의 뚜껑문인 후두덮개라는 작은 구조뿐이다. 후두덮개는 호흡을 할 때에는 열리고 삼킬 때에는 닫힘으로써 음식과 공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보낸다. 그러나 이따금 오류를 일으키고, 그럴 때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6. 입과 목)

 

이 문제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그동안 우리 몸이 음식의 과다가 아니라 부족이라는 도전과제에 대처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랩틴은 우리에게 그만 먹으라고 말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 있는 그 어떤 화학물질도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계속 먹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주로 그 때문이다. (8. 몸의 화학)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벤은 손목을 잠시 자세히 검사한다. "그런데 손목을 베서 자살을 하려는 시도는 안 하는 게 좋아요. 손목에 있는 것들은 모두 근막이라는 보호 띠로 감싸여 있어요. 그래서 동매을 자르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아요. 손목을 벤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에 실패해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인다. "또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 자살한다는 것도 사실 정말 쉽지 않아요. 다리는 일종의 충격 흡수 장치가 되거든요. 몸이 정말로 뭉개질 수 있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자살하기란 진짜로 어려워요. 우리 몸은 죽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시신이 있는 커다란 방에서 이런 말을 듣고 있으니 조금은 역설적인 듯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9. 해부실 : 뼈대)

 

우리 조상들은 풍족한 시기뿐만 아니라 열악한 시기에도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지방을 연료 비축용으로 저장하는 경향을 갖추게 되었다. 일종의 생존 반사였는데, 그 성향이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례가 너무나 흔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대 환경에 맞추어진 몸과 오늘날 차고 넘치는 음식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지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10. 움직이다 : 직립보행과 운동)

 

대체로 우리의 장기들은 대부분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장기에서 비롯되는 통증은 연관 통증(referred pain)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몸의 다른 부위와 "연관되어서" 생기는 통증이다. (19. 신경과 통증)

 

"사실 백 년 전에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을 때나 지금이나, 심각한 대발생에 대비가 안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별 다를 바 없어요. 그런 일을 또 겪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경계를 아주 잘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20. 일이 잘못될 때 : 질병)

 

우리는 다른 원인들보다 생활습관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즉 어떻게 죽을지를 사실상 스스로 선택하는 셈이다. 비록 별 생각 없이, 깨닫지도 못한 채 하는 선택이지만 말이다. (23.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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