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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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태훈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Mashimaro | 2021. 7. 21. 19:09

 

 

 

 

 

요 몇달동안 클럽하우스에서 좋은 친구들을 꽤 많이 만났는데 그렇게 이 책의 저자와도 친구가 되었다. 그곳에서 남극이야기와 책을 알게되었고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덕분에 이런 좋은 책을 읽게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저자는 부부동반으로 세계일주를 하고있었고 전부터 벼르고있던 남극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남극여행을 시작한 시점부터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냥 이렇게만 들으면 남극이라는 가기 힘든 곳을 다녀온 여행기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기가 코로나 판데믹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명 여행에세이였던 책의 장르가 갑자기 확 바뀐다. 

 

책이 크게 두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앞부분은 남극여행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 부분으로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손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과 펭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를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며 이루어지는 특별한 남극을 여행하는 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예전 남극탐험가들의 이야기들도 감초같이 재미있다. 특히나 이 책의 좋은 점은 사진을 취미로하고 있던 저자가 직접 찍은 남극의 사진들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함께 눈도 시원해지고 호사스럽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문제는 두번째 파트인데, 이렇게 멋지고 평화롭던 남극여행의 장르가 갑자기 바뀌어 버린다. 코로나로 인해 각 국의 항구와 공항은 모두 닫혀버리고,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덕분에(?) 크루즈와 배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 배 안에 갇혀서 한국에 돌아오기위한 저자 부부의 고군분투가 그려지고 있는데, 남극여행의 다이나믹한 파트보다도 더 스펙터클해서 숨도 쉬지 못할정도로 미친듯이 책을 읽게된다. 그리고 두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몇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저자의 상황에 이입이되어 그런지, 아니면 나라면 이 상황에 어쩌지..하는 막막함에서였는지 나도 놀랄 정도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나 우루과이 현지 스텝의 실수로 결국 하선하지 못하고 비행기표까지 날렸을 때에는 정말... 나도 같이 울었던 것 같다. 

 

우루과이, 칠레, 호주 등등의 영사님들과 많은 친구들 직원들의 도움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한없이 고마워졌다. 그리고 나 역시 해외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아마 저자는 더했겠지. 저자가 책 속에서 전하고있는 감사의 말에서 정말 진심이 묻어나왔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이 픽션이나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것. 저자의 당시 상황을 함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큰 위기를 잘 극복해 온 만큼, 저자가 앞으로는 계속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 

 

 

 

“스콧은 과학적 방법이 뛰어나고, 아문센은 속도와 효율성에 출중하다. 그러나 만약 재난이 들이닥쳐 모든 희망이 사라진다면, 섀클턴을 보내달라고 기도하라.”

 

이 배에 호주 뉴질랜드 사람들은 130명 정도가 갇혀있는데도 자기네 나라 대사관에서 한 번도 오지 않는데, 한국인은 고작 두 명뿐인데도 한국 대사관에서는 매일 방문해서 건강 확인하고 이것저것을 챙겨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배에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중국, 대만, 프랑스 등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타고 있었지만, 매일매일 안부를 묻고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며 배에 찾아오는 곳은 대한민국 대사관이 유일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물었다. “Why you are so special?” 그저 보잘것없는 여행객인데,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마음 한편이 든든했다.

 

배에 고립된 상황으로 자꾸만 무거워지던 마음이 자신의 일인 듯 발 벗고 도와주는 친구들과 영사님 덕분에 때때로 뜨거워진다.

 

개인 티켓을 알아보지 말라던 배의 지시를 따르다가 서둘러 나가야 할 시간을 놓쳤고, 그렇게 며칠의 시간을 보내버린 후에야 우리의 티켓은 어려우니 직접 알아보라고 했던 그간의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우루과이 직원의 실수로 빚어진 이 상황에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파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에 착실히 따랐던 아이들이 결국 안타까운 일을 맞이했던 어떤 사고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 과연 잘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티켓을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있었고, 그 결과 우린 빠져나가지 못하고 배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되어버렸다.

 

40여분 후에 영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대한민국 영사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그 호주 영사님께서 다시 대한항공 지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답니다. 아까 말씀해주신 편명은 4월 3일에 시드니에서 인천으로 가는 특별기랍니다.” “아… 네… 그렇군요….” 대답하며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그게… 특별기인데… 자리가 없답니다.” 아… 역시…. 잠시 가졌던 작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가고 있었다. 영사님은 대화를 이어가셨다. “그래서… 자리를 만들겠답니다.” “네에에?????”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답니다. 어떻게든 시드니로 오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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