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천문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짜이다. 심지어 학창시절에도 지구과학은 정말 엵심히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석기를 연구하며 지질관련 자료들을 골라보고있으니 조금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어쨌든 이렇게 천문학적 시직이 전무한 내가 최근에 친구들과 《코스모스》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관련서적들을 둘러보게 되었고, 요즘 나름 핫해보이는 이 책을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비단 이러저러한 계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끈다. 내가 아무리 천문학적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어 왜소행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있다. 그런데 그 일의 주범(?)이 지은 책이라니.. 그것도 그 사건을 소재로 말이다. ㅎㅎ 평소에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들여볼 만한 테마이지 않은가...ㅎㅎ
어쨌든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진짜 너무너무너무X1000 재미있었다.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혹은 너무 몰라서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방 날아갔다. 결국 같이 읽고있던 책들을 다 미뤄두고 이 책부터 끝내게 될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필력도 좋았지만 일단 이야기 자체가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행성의 발견자가 되기를 꿈꿔왔던 만큼 그 과정들을 정말 생동감있게 그려내었고, 그동안 찾게된 여러 천체와 행성이 될뻔한 스토리들. 그리고 자신의 발견한 천체의 가치를 축소(?)하면서 까지 명왕성을 행성의 자리에서 퇴출하고자 했던 이야기들. 너무 흥미롭고 생동감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게 다 실화라는 것이고...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깨알 지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행성의 이름을 붙일 때에는 각종 신화로부터 네이밍을 하게 된다는 것부터,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이후에 새로 발견된 원소의 경우 연관된 이름을 붙인다는 것. 그리고 이 책에서 줄곧 다루고 있는 '행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그렇고... 재미 이외에도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부분까지 있어서 다 읽었더니 매우 유쾌하게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나같은 천문학 초자에게 오히려 더 강추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명왕성은 소행성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지만 당시에는 소행성이란 단어가 원래 처음 단어가 만들어질 때 갖고 있던 ‘별과 같은’의 의미가 아니라,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띠를 이루어 떠돌고 있는 천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지 않은 명왕성을 소행성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명왕성은 어쩔 수 없이 아홉 번째 행성으로 받아들여졌고, 뒤이어 명왕성의 발견을 기념해서 원소 플루토늄의 이름이 지어졌다.
단순히 더 큰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진 건판만큼 아주 넓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무려 500메가 픽셀 수준의 엄청난 디지털 카메라가 필요하다.
이름은 히트를 쳤다. 명왕성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만 봐도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 뒤에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품고 있는 좋은 이름이 사람들에게 우주에 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천체와 감정적 교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내가 생각하기에 바로 이것만이 모든 정보를 곧바로 공개적으로 알고 싶은 넓은 공동체의 욕구와,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내기 전에 혼자서 몇 년 동안 발견을 비밀로 숨기고 모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천천히 오랫동안 연구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두 가지 모두 자연스러운 욕구다. 그리고 둘 모두 특별히 좋은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로 작성한 ‘왜 행성은 여덟 개뿐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더 과학적으로 동의하는 마음이었다. 150년 전에 이미 태양계의 천체를 크기가 큰 행성과 작은 소행성으로 분류하기로 우리 선조들이 결정했다는 사실을 아는 과학역사가라면 행성은 여덟 개뿐이라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분류 방식을 따르면 명왕성은 (그리고 물론 제나도) 작은 천체의 범주에 완벽하게 속한다. 나는 지금 사람들이 정말 완벽하게 태양계를 이해한다면 바로 이것이 행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라고 인식하기를 바랐다.
나는 다른 천문학자들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과학자끼리 모여서 그 울타리 안에서 발언하는 것은 쉽지만, 과학자는 자신의 결정이 바깥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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