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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데이비드 A. 케슬러 『과식의 종말』

| Mashimaro | 2021. 6. 21. 09:15

 

 

 

 

 

이 책은 정말 제목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는 책임에 틀림없다. 나는 과식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고 식습관 자체가 매우 불규칙한 사람이다. 사실 이러한 나쁜 버릇이 든 것은 대학원 생활을 하고 논문을 쓰면서 더 악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혼자서 해외생활을 하다보니 더 심각하게 습관으로 자리잡아버린 것 같다. 이제는 위기의식을 느껴서 조금씩 운동도 하고있지만, 식습관의 개선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이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저질러버리고 마는 이 '과식'이라는 것이 우리의 의지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뇌가 조건반사를 일으킨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품산업의 '탓'을 해준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대표적으로 지방과 설탕의 결합을 통해 우리가 먹는 즐거움 혹은 자극을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있고, 또 이러한 자극과 보상을 주는 음식에 대해 식품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주고 있다. 또한 매우 납득이 가는 개념이 '조건반사 과잉 섭취'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생물학적 문제이며,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있다는 점이 꽤나 위로가 되었다. 

 

어찌보면 이러한 '위로'가 오히려 독이 되는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실체를 안다는 것은 해결의 방법도 구체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덕분에 오히려 더 식단이나 습관을 조절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내탓이라서 내 의지가 약해서 과식을 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유지해버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개선하고싶은 의지마저 사라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이미 수십번 경험했기에, 이것이 생물할적 문제, 그리고 습관화에 의해 내 뇌가 학습한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어쨌든 시간이 걸려도 개선의 여지는 있겠다 싶다. 어쨌든 막연하고 내의 선천적인 체질과 의지의 탓으로 돌렸던 분야에 대해서 조금은 그 실체를 해부해 볼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비만에 저항하는 쥐에게 지방 함유량만을 늘린 음식을 주는 것으로는 과식하거나 비만이 되도록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지방과 설탕 함량을 모두 높인 음식을 먹이면,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비만 경향 쥐만큼 빨리 뚱뚱해진다.

 

보상을 주는 음식과 관련된 환경이 정서적 경험의 핵심이 되고, 그런 느낌이 기억에 저장되어 있다가 언제든 되살아난다. 단서가 그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고,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욕구가 자극을 받는다.

 

이런 식의 명확한 결합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는 그 결합을 의식하기도 전에 행동을 하게 된다. 음식은 월터 미셸의 표현대로 ‘강렬한 자극’이 되고, 뇌의 감정 중추를 밝히고,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느끼고 욕구에 반응하게 한다. 기억은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보상 경로와 상호작용한다.

 

습관이 된다는 것은 상황에 대한 인식 없이,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고 움직인다는 얘기다. 바로 이 통제력 상실이 핵심이다. 조슈아 베르케는 이렇게 말했다. “습관을 확고하게 만드는 것은 통제력의 상실입니다. 습관이 되면 의식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습관이 된다는 것은 같은 상황에 반복해서 직면할 때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정해진 반응을 하도록 체계가 마련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종류의 음식은 한 번만 씹어도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배가 부르다”는 몸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푸드 컨설턴트는 양배추 샐러드를 예로 들었다. 재료가 거칠면 씹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배추와 당근이 고지방 드레싱으로 부드럽게 되면 샐러드를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단시간 동안만 생각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어떤 생각을 억누르려고 하면 그 생각이 더 또렷해진다”고 카바나는 말했다. 그런 이유로, 뭔가를 먹으면 안 된다고 열심히 생각할수록 결국은 그것을 더 먹게 된다.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은 음식의 보상 가치를 확대할 뿐이고, 우리는 결국 음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갈망이 필요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하지 않으려고 그처럼 노력했던 바로 그 일을 한다. 크림 케이크를 먹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기분이 나빠지고, 나빠진 기분 때문에 통제력을 잃는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내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양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그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했고, 조금 더 적은 양의 음식에서 보상을 찾는 법을 배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사실, 통제력을 얻는 것 그 자체가 보상이 되었다. 더는 설탕, 지방, 소금에서만 만족감을 얻으려 할 필요가 없었다.

 

조건반사 과잉 섭취는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문제다. 과식을 의지력의 결핍으로 보는 것을 멈춰야 회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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