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유기》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이렇게 급하게 읽을 건 아니었는데, 막상 10권에 들어와서 읽다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후딱 읽어버린 셈. 결국에 서천에 경을 찾으러가는 미션은 성공을 했고, 삼장과 세 제자들도 해피엔딩을 맞게 되었다. 근데 이 와중에도 마지막 권까지 꾸역꾸역 에피소드를 넣어주는 작가의 끈기에 감탄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스토리가 절묘하게 누명쓰는 전개이길래 왠일로 이렇게 고구마 먹은듯한 전개지? 했는데, 역시나 손오공의 꾀로 심플하게 정리되었다.
근데 정작 마지막 권에서 피식하면서 읽었던 포인트는, 9X9=81이라서 삼장이 81개의 고난을 겪어야 하는데 세어보니 80개밖에 없다는 이유로 마지막 당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굳이굳이 떨어뜨려서 마지막 고난까지 클리어하게 만드는 설정에서 진짜 빵터졌던 것 같다. 이 무슨 게임미션도 아니고.. 역시 고전의 진정한 묘미는 명분인 것인가! 어쨌든 그렇게 미션을 클리어하고, 당나라 임금에게도 경을 전달하고, 우리 주인공들은 다시 서천으로 돌아와서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야기.
확실히 서유기는 불교적 세계관을 가장 열심히 담아낸 작품인 것 같다. 도교적인 요소도 나오고 민간신앙들도 짬뽕되었겠지만서도 왠지 읽는 내내 불교가 최고.. 라는 뉘앙스가 꽤 풍긴다. 하지만 종교자체를 비판하는 부분들도 꽤 등장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기 보다는 당시의 대세 종교 및 문화를 반영하면서 열심히 풍자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의 마지막권은 분량이 상당했는데, 그 이유는 책 뒷부분에 붙어있는 역자의 작품해설 때문이었다. 작품해설이 거의 논문 수준이어서 읽으면서 《서유기》와 그 배경 등에 대해서 꽤 깊게 이해할 수가 있었는데, 너무 길고 자세해서 이건 전공자들이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였다. 어쨌든 10권을 읽어오는 동안에 느꼈던 의문 및 감상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납득되었다. 다 읽고나서 느끼는 거지만, 굳이굳이 이야기해보자면, 역시 나는 《홍루몽》보다는 《서유기》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부님, 그런 게 아닙니다. 무릇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이 경전은 본래 완벽한 것이었지만, 여기 이 바윗돌에 들러붙어 찢겨나가게 된 것도 알고 보면 ‘불완전(不完全)’이란 오묘한 진리에 부응하기 위해 저절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사람의 능력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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