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짜리 《서유기》 시리즈를 벌써 8권까지 끝내다 보니, 이제 정말 서천땅으로 거의 다 도달해가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여정을 시작했던 시절과는 또 다르게 '통관문첩'이 굉장히 중요한 컨텐츠로 등장한 상태이고, 또 이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에 대한 소문이 이미 주변세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젠 모든 요괴들의 목적이 삼장법사를 쩌먹는(?) 것이 집중되어 있어서 가뜩이나 겁쟁이 삼장법사에게는 더 파란만장한 여행이 되고 있다.
그래도 이쯤되니 이전에는 꽤 반목하고, 줄곧 주기적으로 오공을 의심하고 혼내던 삼장법사가 이제는 꽤나 손오공에게 의지하고 있는 면면도 보인다. 그리고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제자들 덕분에 이렇게 여기까지 여행해올 수 있었다고 순순히 인정하며 제자들에게 공치사를 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삼장법사의 겁쟁이적인 캐릭터보다 여전히 짜증유발 캐릭터인 저팔계가 더 눈에 띄는 캐릭터가 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 돕기도 하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한 팀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이들 멤버들의 실수나 욕심보다도 지나가는 마을의 민원해결사로서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도 들고, 심지어는 온간 불교, 도교의 신들이 알아서 등장하고 도와주는 장면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치 서천으로 경을 찾으러 가는 미션을 온 우주가 돕고있는 느낌이랄까..? ㅎㅎ 도대체 그놈의 경이 뭔지... 삼장이 죽은줄로만 알았을 때의 오공의 독백을 보면서 '그러게말이다...'하며 공감하며 읽기도 했던 것 같다. 이쯤되니 은근 《홍루몽》보다 더 결말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
이렇듯 손행자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심정으로 혼자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에 묻고 대답하면서 이 궁리 저 궁리에 잠겨 있었다. 생각 끝에 그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두가 우리 부처 여래께서 극락 세계에 편안히 앉아 계시면서, 아무것도 하릴없이 그저 『삼장경(三藏經)』이나 뒤적거리고 계신 탓이다! 만약 중생들에게 착한 행실을 권하실 마음이 진정 있었다면, 마땅히 그것을 동녘 땅으로 보내주시면 그만 아닌가? 보내주기 아까우니까 우리들더러 가지러 오라고 하셨던 게 분명하다. 우리 사부님이 천산만수(千山萬水)에 모진 고생을 다 겪어가며 오늘 이런 곳에까지 오셔서 목숨을 잃게 되실 줄이야 그분이 어찌 아시랴!…… 그만두자, 그만둬! 지금에 와서 생각해봤자, 모두가 속절없는 일이다. 이 손선생이나 근두운을 타고 서천에 가서 여래부처님을 찾아뵙고 지금까지 겪어온 일을 말씀드리기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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