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고 있다가, 결국 개정판이 나오고 나서야 읽게 되었다. 물론 이것 역시 함께읽기 덕분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읽기로 했는데, 《호빗》을 가장 먼저 읽는 것이 좋다고하여 나름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이제서야 왠 '반지의 제왕 시리즈'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소설 원작은 커녕 영화조차도 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새로운 작품을 읽는 느낌으로 한권을 뚝딱 읽었다. 아무래도 영화의 이미지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나름대로 참신하게 장면을 상상해보며 읽었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함께 읽고있는 사람들의 감상에 따르면, 오히려 영화가 더 다이나믹하고 생동감있게 그려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아무래도 책을 다 읽었으니, 영화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호빗》을 다 읽고 느낀 점은 생각했던 것 보다 꽤 순수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왠지 반지의제왕 시리즈를 생각하면 웅장한 스케일에 엄청나게 복잡한 세계관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심플한 구성에 동화처럼 술술 읽히는 느낌이다. 역시나 톨킨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납득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물론 세계관이 생각보다 심플하다고는 했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설정들은 그리 간단하게 구성된 것은 아닌 듯 하다. 여러 신화들로부터 모티브를 빌려왔고, 언어학자인 저자의 달란트를 십분 활용한 언어유희도 꽤나 인상적인 작품인 '듯' 하다. 물론 나는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기에 그 매력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는 있다. 이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 읽은 후에는 영어 원서로도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내용상으로는 빌보의 모험담으로 나름 가볍게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난쟁이들에게 짜증과 분노를 토해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없는 난쟁이들 틈에서 처음에는 존재감도 없었던 빌보가 점점 주인공미를 뿜뿜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물론 이러한 구성은 꽤나 전형적인 형태로 전개된다. 즉, 스토리상의 신박함은 그닥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 거기다 초반부터 중요한 존재로 강조되었던 스마우그의 모습이 의외로 허무했다는 점, 요정에 대한 이미지도 생각했던 바와 조금 달랐다는 점, 그리고 간달프는 왜 맨날 그렇게 자주 사라지는지 등, 여러가지 의문과 실망감도 주기적으로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말미에 나오는 소린의 이야기와 난쟁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또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어쨌든 분명 이 《호빗》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대장정의 서막에 불과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제 본방을 기대해봐야할 것 겉다.
수수께끼는 신성하고 아주 오래 된 것이어서 사악한 동물조차도 이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감히 속임수를 쓸 수 없다는 것을 빌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말에 가면 알 수 있듯이, 현명하다고 해서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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