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즌에 이렇게 찰떡같은 책이 있을까? 아무래도 작년 연말부터 다이어리, 저널 관련 영상들을 이잡듯이 뒤져가며 보고있다 보니,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저자의 책을 처음 읽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아마존에서 《ちいさなくふうとノート術 (작은 아이디어와 노트법)》 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블로그도 운영하는 사람인지라 글이 알기쉽고 간결해서 금방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 지라 이 책도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던게 아닐까 싶다. 이번 책도 매우 금방 읽을 만한 내용과 분량이었다.
사실 불렛저널에 대한 책과 자료들은 이미 넘쳐난다. 불렛저널의 창시자가 직접 쓴 책과 동영상이 이미 공식적으로도 나와있으며, 매우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례들과 사용법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매우 심플하게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꽤 있었던지라 공감포인트도 충분했다. 불렛저널의 대단한 의의와 엄청난 활용법과 같은 거창함은 모두 제쳐두고, 당장 불렛저널이라는 것을 한번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안내서의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즉, 이 책은 완벽한 실용서이다.
나는 스스로를 문덕이라고 칭하고, 어쩌다보니 문구관련 유튜브채널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관련 서적들도 참 많이 보게 되었는데, 이만큼 심플하고 알기쉬운 실용서도 드물다 싶다. 어쩜 이것도 일본저자의 책이라서 가능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출판한다면 그래도 어느정도의 볼륨과 형식과 기대되는 이미지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일본은 완벽하게 실용성을 추구하거나 취미에 집중한 심플하고 간결한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그런 책들 중 일부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을때 실망하게 되는 부분도 많은 법. 그러나 적어도 불렛저널을 처음 접하고 한번 써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은 입문서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첫' 불렛저널을 써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디지털 기기는 손가락 드래그만으로 예정 및 일정을 간편하게 다른 날로 옮길 수 있지만, 손으로 직접 작성하는 일정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수정하는 데 손이 가고 과거의 기록을 완벽하게 지울 수도 없어 기록의 흔적이 그대로 남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수정 작업의 수고’가 불렛저널의 단점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수정 작업 자체가 ‘일정을 수정하기 싫으니까 오늘 안에 끝내자’라고 추진력을 더하면서, 시간의 효율적인 사용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좋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완료하지 못한 일정을 다음 날로 옮기기 전에, ‘이 일정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일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자기 자신에게 묻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행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함으로써 시간의 사용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저는 ‘해야 할 일 리스트 비우기’를 통해 마음먹고 기록한 일정을 뒤로 미루는 일을 방지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하루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알게 되면서, 애초에 실행 불가능한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게 되었답니다.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게 되면, 결국 날짜가 바뀌는 타이밍에 일정을 옮기거나 지워야 하기 때문이에요. 오늘 할 예정이었던 일을 뒤로 미루고, 다음 페이지로 여러 차례 옮겨 적는 과정은 모두가 싫어하는 일이거든요. 완료하지 못한 항목을 지우거나 미루는 일을 반복하는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조금씩 바꾸는 커다란 수확을 얻게 되었습니다.
2011년에 몰스킨 다이어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권의 노트에 뭐든지 적는 노트법의 쾌적함을 알게 되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다이소에서 판매하던 A6 사이즈의 하드커버 다이어리, 몰스킨 다이어리와 닮은 통칭 ‘다이스킨(다이소+몰스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몰스킨에는 ‘고급 노트에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쓸 수 없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일까지 거침없이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점이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스케줄 다이어리는 하루에 쓸 수 있는 양과 적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할 때면 ‘지금 떠오른 생각을 다이어리에 적을 것인가 아니면 메모장에 적을 것인가. 다이어리에 적는다면 어느 부분에 적어야 좋을까, 내용이 너무 많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일 아닌 일일 수 있지만 내용을 제한당하는 감각이 다이어리와 저와의 거리를 조금씩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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