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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

| Mashimaro | 2020. 12. 7. 17:30







내가 세계문학전집을 충동적으로 읽은 적이 있었던가? 발단은 문자가 하나 도착하면서 부터였는데 민음사에서 날라온 문자였다. 대부분의 이벤트관련 문자들은 수신거부를 하는데, 북클럽이나 정기구독관련 안내가 오기때문에 거의 유일하게 받고있는 문자이기는 하다. 내용은 민음사에서 12월에 오디오북 관련 이벤트를 한다는 것.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매주 한권을 선정하여 오디오북을 90% 할인해주는지라 약1,000원 남짓에 대여해주는 서비스였는데, 늘 TTS만 활용을 해왔지 정작 오디오북은 거의 경험이 없어서 샘플을 한번 들어보고 구입해봤다. 때마침 첫 서비스책이 이 《주홍 글자》였는데, 정말 옛날 어릴적 읽고 내용조차 정확히 기억이 안났던지라 겸사겸사해서 오디오북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근데 이게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오디오북인지라, 실물 텍스트가 없이 정말 '오디오로만'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주홍 글자》는 열린책들 판과 펭귄클래식판은 가지고 있지만, 민음사판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펭귄클래식판을 눈으로 쫓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어보았다. TTS를 들을때도 느꼈지만 역시 귀로 듣는 것 보다는 눈이 빠르긴 한 것 같다. TTS는 보통 1.4배로 설정해서 듣는데 오디오북은 그럴 수가 없으니... 그러나 역시 TTS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TTS가 더 나았던 점도 살짝 있었는데 오디오북은 성우가 감정을 넣어서 연기를 하는데 TTS는 감정없이 텍스트를 읽어준다는 점이다. 물론 당연히 오디오북이 나은 점이긴 한데, 아무래도 '책'이기 때문에 성우의 연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텍스트로부터 그대로 상상하며 읽고싶은 반발심도 꽤 생기더라. 또 텍스트없이 듣기만 할 경우, 밑줄을 칠 수 없다는 점도 많이 아쉬웠다. 주옥같은 표현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다. 눈으로 쫓았던 펭귄클래식 버전에 줄을 긋긴 했지만, 번역투가 꽤나 달라서 그 표현이 살지가 않았다는 점도 좀 그랬다. 


어쨌든 덕분에 이 《주홍 글자》를 완독(완청..이라고 해야할까?)할 수 있었다. 다 읽고나서 느꼈지만, 어렸을 적 읽었던 내용이 이정도로 생각이 안날 줄이야.. 나이가 들어서 읽으니 또 느낌이 새롭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헤스터가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었단 점. 그리고 딤즈데일목사와 펄에게 문득문득 짜증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ㅎㅎ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인 너새니얼 호손의 표현력이었다. 사실 이건 펭귄판 보다는 민음사판의 번역에서 정말 기막힌 표현들을 많이 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을 두고 이렇게 심도있게 설명하며 끌어가는 스토리였다니. 사람의 감정묘사가 참 탁월한 작가인 듯 싶다. 그래서인지 더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대적 상황과 청교도적 문화를 간접적으로 진하게 느낄 수 있엇던 것도 수확이었던 듯 싶다. 딱 100년 정도의 차이건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는 또 이렇게나 다른 느낌인가..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 발췌부분은 펭귄클래식판에서 가져옴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응시할 때는 또 다른 특이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을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낯선 사람들이 이상한 듯 주홍 글자를 쳐다보기라도 하면 그녀의 마음속에서 다시 한 번 그 낙인이 찍히는 것이었다.


그 불명예는 그들이 과거에 가진 친분과 그 관계의 신성한 정도에 따라 정비례하여 전염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훌륭한 보스턴 읍내 사람들의 건강은 의학에 관한 한 여태까지 집사이자 약제사인 한 노인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의 경건함과 신앙심 깊은 태도 자체가 그가 제시할 수 있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자격증이었다. 


그녀들은 종교적 감정에 고취된 정열의 희생양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열 그 자체를 종교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제단에 바칠 가장 훌륭한 제물로서 새하얀 가슴속에 품고 교회로 나왔다.


목사는 가는 곳마다 자기를 따라다니는 회한의 여신에게 밀려 여기까지 쫓겨 왔으나 그 여신에게는 자매이자 꼭 붙어 다니는 동행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비겁의 여신이었다. 회한의 여신에 떠밀려 막 비밀을 고백하려는 순간이면 영락없이 비겁의 여신이 나타나 떨리는 손아귀로 그를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그녀가 남을 돕는 힘이 어찌나 놀라웠던지, 즉 어찌나 실천력이 크고 어찌나 동정심이 강했던지 많은 사람들이 주홍 글자 A를 원래의 뜻대로 해석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이 능력 있음(Able)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헤스터 프린은 한 여성의 것이라기엔 참으로 강인한 힘의 소유자였다.


펄은 자기의 짧은 생애에서도 짙은 그늘 속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탄식만 하는 시냇물과는 깨끗이 절교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설교하세요! 글을 쓰세요! 행동을 하세요! 쓰러져 죽는 일만 빼고는 뭐든지 하세요! 아서 딤즈데일이라는 이름도 버리시고 두려움도 수치심도 없이 지낼 수 있는 다른 고상한 이름을 지으세요. 도대체 당신이 생명을 갉아먹는 고통 속에서 단 하루라도 더 머물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 고통은 당신의 의지력과 실천력을 약하게 만들어요! 또 회개할 힘까지도 앗아 가버릴 거예요! 어서 일어나 떠나세요!


그러나 기묘하게도 어떤 일을 말로 표현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그러니까 어떤 화제를 똑같이 피하고 싶은 두 사람이 그 화제의 변죽을 울리다가도 그것을 끝까지 건드리지 않고 물러서는 편이 어느 정도 안전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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