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에는 읽어봤다. 사실 여러번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계속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가 결국에는 전자책도서관에서 서재에 넣는 바람에 반납일을 하루 남겨두고 다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표지에 유발 하라리의 사진이 들어있었다는 점도 있다. 다들 감명깊게 읽었던 《사피엔스》를 읽고 나는 오히려 작가에게 약간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유발 하라리의 책을 즐겨읽고 있지는 않다. (리디셀렉트에 올라와 있는 그의 책은 일단 전부 서재에 추가되어 있다.) 하지만, 또 나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발 하라리의 표지사진을 보고, 그가 이 책의 저자라고 착각하고 읽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저자가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이 책은 책 표지에도 나와있듯이,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 이렇게 8명의 유명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주 저자라기보디는 이들의 인터뷰를 오노 가즈모토라는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엮은 책이다. 어찌보면 이 책의 저자는 오노 가즈모토이고, 인터뷰 내용이 주가 되는 책이다보니 저자라기 보다는 편저자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오노 가즈모토가 기획하고 주제체 맞게 각각 인터뷰를 진행하여 엮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는 인공지능, 테러, 행복, 격차, 기후변화, 병, 경제 등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이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호와 불호로 꽤나 이미지가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이미 좋은 책들을 저술한 사람들이고, 인터뷰어도 이러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미 그 책들을 읽어보거나 이들의 강연을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매우 가볍고 간략한 내용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또 이들의 글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여러분야 전문가 혹은 석학들의 이야기를 쉽고 개략적으로 핵심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미 많이 접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앞서 말했던 두가지 의견을 다 가지고 있다. 어쨌든 좋은 쪽으로 활용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 혹은 이 책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대부분의 질문이 일본의 케이스에 적용하는 질문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일본에 거주중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이 많았지만, 그와 별 상관이 없는 입장이었다면 내가 이 책을 굳이 읽고있어야 하나?하는 고민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한 와중에도 일본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만연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건 한국의 상황도 공통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일에 대한 정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은 신선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에 정년제도가 없어진 곳이 그리 많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인구문제가 대두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확실히 여성의 사회진출제한과 정년제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보이기는 한다. 아마도 이러한 진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면, 입문용으로는 나름 괜찮은 책이 아닐까?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제일 중요한 변화는 유권자들이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어요.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이 자신들을 배제하고 있음을 그들은 감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무형 자산은 전쟁으로 획득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가 아닐까 싶은데,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나 중국 군대가 이곳을 점령한다 해도 무엇을 얻겠어요? 실리콘밸리의 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IT 기업의 엔지니어나 경영자의 머리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온 힘을 쏟아도 '정복'할 수는 없죠. 주식 거래나 외교교섭을 통해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총으로는 못 합니다.
테러리즘은 정치체제를 변화시킬 만한 충분한 물리력을 보유하지 못한 집단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공포를 무기로 인간 마음의 약한 부분을 비집고 들어가는 전략입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한 분야에 갇혀 있다보면 다른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팡가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문제에 답을 찾아내고 싶다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도 쌓아야 합니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혹시 일본에는 일정 나이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정년퇴직 제도가 있나요?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정년제라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폐지하고 고령자에게 고용 기회를 확보해 주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육체노동에는 부적합할지 모르나 관리자나 고문, 감독 등 고령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일본에서 여성의 역할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남녀평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식의 전환이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정치가는 시종일관 비현실적인 주장만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실업 문제가 이민자 때문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면 원인은 이민이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이에요. 그리고 자동화는 더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시간을 역행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나 근로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규범과 제도를 마련해 실행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정년제 폐지가 급선무입니다. 이것만큼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없습니다. 또한 평생 학습에 투자해야 합니다. 교육 대상을 3~23세 자녀에 국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합니다.
[LIST]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
〈현대 문명은 지속할 수 있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닉 보스트롬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린다 그래튼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다니엘 코엔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조앤 윌리엄스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 넬 페인터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 윌리엄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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