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셀렉트 덕에 읽게되는 에세이들이 참 많이 늘었다. 에세이는 아무래도 대부분 술술 읽히는 편이고, 너무 술술 읽혀서 금방 읽어버리는 책은 은근 돈주고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물론 에세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서, 조금 더 진중하고 생각을 오래하게 되는 작품이라면 다르겠지만, 이번에 읽은 《저 청소일 하는데요?》처럼 친근감있는 표지라면 오히려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리디셀렉트라면 부담없이 펼쳐볼 수 있기에, 이러한 분위기의 책을 많이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전자책을 막상 다운받아서 읽어보니, 심지어 일러스트가 포함된 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PDF판이기도 했고. 토치기현으로 가는 장시간의 버스여행 중이었기에, 아이패드에 다운받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책을 펼치긴 했지만, 첫인상이 아무리 그러한 에세이라도 지금까지 가벼운 에세이라고는 한번도 읽은 적이 없다. 아마도 저자들의 삶이 녹아있는 글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 역시 그랬다. 엄마와 함께 청소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생각들을 적어놓았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공감포인트가 적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얼마나 그렇게 되었냐 하느냐면, 만화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밑줄을 엄청 치면서 읽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PDF판이라 일일이 캡쳐해서 체크해두었다는.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서, 혹은 삶의 지향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정말 가볍게 한번 읽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명하진 않지만 건강한 삶이 꿈이라도, 분명 사전의 의미로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과 희망이니까 꿈은 꿈이다. 그런데 "그런 거 말고 너의 진짜 꿈 말이야" 라고 물어보는 이가 있다. 해석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그런거(애매한 희망) 말고 너의 진짜 꿈(확실한 직업) 말이야'. 이 말은 정확히 어렸을 적 학습의 결과인 것 같다. 나 또한 '꿈=직업'이라고 배웠으니깐 말이다. 직업은 곧 내가 꿈꿔오던 미래의 산물이 된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던 직업이라든지,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직업을 홀대할 때가 있다. 스스로를 꿈을 이루지 못한 '실패자'라고 만들 때도 있는 것 같다. 꿈은 단순한 이상과 희망일 뿐인데...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생계를 담당한다든지 안정을 담당하고 있는 직업이라도 가치 있는 노동이란 건 변함이 없다. 꿈의 카테고리 안에 작은 부분일 뿐, 다른 부분들로도 꿈은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
아주 작게 보이던 이상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꾸준함의 미덕은 배웠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고 각자 다른 고민들이 있었다. 동료는 좋으나 일이 안 맞는 사람, 일은 좋으나 동료가 안 맞는 사람. 유지 가능한 일인지, 나와 잘 맞는 일인지 등등 고민은 각자 다양했지만, 모두 공감됐다. 그리고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오는 길. 그것만 해결되면 고민 없겠단 생각, 나와 다른 고민의 무게를 가볍게 본일, 내 고민을 친구와 비교하는 일 등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각자의 입장으로 들어보니 알겠더라. 그러니 비교하지 말도록.
'책임감'은 나 자신을 독립적으로 만들고, '성실함'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고, '꾸준함'은 내가 나를 믿게 만든다. 내가 생각한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과 믿음이 있으며, 독립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청소 일 하며 마주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주길 바라나요?"
"그저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봐주길... 남들이 안 하는 궂은일 해줘서 고맙다, 이런 것까지 필요없어요. 그냥 돈 받으니깐 하는거에요. 다른 직업처럼 그냥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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