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러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Mashimaro | 2019. 5. 2. 00:27

 

 

 

 

 

꽤 오래 전에 구입해뒀던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었다.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또 너무 소설에 편중된 책읽기를 진행중이었던지라 괜찮겠지 싶어서 읽게 되었다. 물론 관심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내가 거울앞에서 엄청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 잘 꾸미고 외모에 관심이 엄청 많은 사람은 아니다. 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관심이 있는 주제였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니 역시나 내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나는 외모에 관심이 적은 내가 뭔가 더 문제가 아닐까 싶어서 역으로 읽게된 것도 있다. 하지만, 화장을 잘 안한다고 해서, 또 옷이나 꾸미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적다고 해서 내가 거울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게 가지고 있는 외모에 대한 생각들, 혹은 선입견들. 고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뱉고 있던 우리의 말들, 그리고 생각들.. 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보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외모를 꾸미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었고, 또 연예인이나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평가 아닌 평가를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이러한 시선이나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러한 생각, 기준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너무 당연할 정도로 정착되어 버렸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압박감, 고민,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생각이나 기준들이 여성들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르가 페미니즘 서적이든 아니든 그것은 상관없을 것 같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케이스들은 사실이고, 또 이 책을 손에 쥐게 되는 사람들 또한 여성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외모=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 책이 위로까지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현실을 공감해주는 책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책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여전히 정답은 없고, 책의 결말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과제가 있다는 뜻이고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의 노력으로 끝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시선, 시스템과도 관련있는 만큼, 조금 더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끔찍한 손해를 보고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자신의 외모를 걱정하느라 세상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세월을 흘려보낸다. 외모 강박은 여성을 거울 앞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한 열정과 노력에서 멀어지게 한다. 외모에 쏟는 에너지와 걱정을 세상에 쏟아냈다면 그녀의 인생은,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심리학자들은 긍정적인 결과는 자신의 능력 덕으로 보고 부정적인 결과는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이기적 편향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성향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평균 이상의’ 운전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 모두 자신의 지성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모의 경우에는 남성에게만 이기적 편향은 나타나고 여성에게선 사라진다.

 

 

언어에서조차 남성의 몸은 능동적이지만 여성의 몸은 수동적이다. 남성의 ‘아름다움’을 칭하는 ‘잘생긴Handsome’이란 단어에는 ‘잘하는Handy’ 상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설명하듯 ‘잘생긴’이란 단어의 본래 의미는 ‘적절한Suitable’, ‘잘하는Apt’, ‘영리한Clever’이다. 반면에 ‘아름다운Beautiful’이란 단어의 정의는 감각을 즐겁게 해준다거나 장식용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이 주는 권력은 불안정한 토대에 서 있다. 이 권력은 다른 사람들이 인지해주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이를 좌지우지하는 누군가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오로지 당신만의 권력도 아니다. 심지어 놀라울 정도로 엄격한 소멸 기한이 주어진 권력이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상관관계는 거의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이 권력은 여성이 세상에 발을 내딛으면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괴기한 성격의 권력이다. 또한 여성이 ‘나이를 드러내기’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왜곡된 권력이다. 반면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중후하게’ 보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여성은 나이 듦과 더불어 더욱 강해져야 한다. 가치 있는 기술과 경험, 지혜를 통해서 말이다. 권력을 미모와 엮게 되면 젊음과 함께 점차 사그라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몸무게에 관한 편견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리고 연구들은 일관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자주 이런 편견의 표적이 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여성의 경우 날씬하지 못한 것이 엄청난 성격적 결함이나 게으름, 폭식이나 생활 습관의 부재 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M.K.가 마침내 부모에게 자신의 섭식 장애를 고백하자 아버지의 첫 번째 반응은 “왜 네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절제를 못 하니?”였다. 마치 그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듯 말이다.

 

 

우선, 이상적인 미는 달성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걸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다. 이는 시스템의 농간인 것이다. 두 번째로, 신체 혐오는 대부분의 여성이 이상적인 미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장려하지 못한다. 실질적으로는 더 멀어지도록 몰아간다. 세 번째로, 이상적인 미에 가까워질 경우 건강을 보장받지 못한다.

 

 

나는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다. “당신은 언론계의 신성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바보 같은 일에 쏟을 시간이 없었던 거네요?” “맞아요.” 마리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마치 영광의 훈장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좋았어요. 그러니까, ‘그래, 너희들이 옷은 잘 차려입었어. 그런데 난 그럴 수가 없어. 왜냐하면 너도 알겠지만 난 《더 데일리》에서 일하거든.’ 같은 식의 기분을 느낀 거죠. 아니면 ‘난 그런 것들을 걱정하기엔 너무 진지한 사람이야. 그런 거에나 신경 쓸 수 있다니 좋겠다, 얘들아.’라든지요.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나는 “일종의 자유처럼 느껴지네요. 바쁘다는 건 그런 기준에서 빠져나올 허가증 같은 거군요. 미리 준비된 핑계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100퍼센트 맞아요.” 마리아는 동의했다. “저는 시험에서 제외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외모와 관련 있는 모든 상황에서 그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죠.” 마리아는 자신이 “예뻐지기”를 의무로 받아들였음을 깨달은 듯했다. 이는 외모 강박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보여준다. 외모 강박이 있는 여성은 일시적으로나마 아름다움의 경쟁에서 빠져나가려면 일종의 허가증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당신의 목적이 여성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면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성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여러 캠페인은 누군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자아 인식이(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정의가) 변하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소녀들은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성장해야 한다.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언가를 칭찬하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집중하는 것, 배려하는 것, 창조적인 것, 너그러운 것.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그녀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설명하자.

 

 

 

'♡공감'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