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책들은 아마도 밀린 무료대여책 읽기로 시작하는가보다. 첫 책인 《하루의 취향》도 그러했지만, 무료대여기한이 다가와 있는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고 있다. 물론 이번엔 장르가 바뀌어서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은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은 아니었는데, 무료대여책들을 뒤져보다가 처음 살짝 읽기 시작했던 것이 그냥 주구장창 끝까지 읽어버리게 된 책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라이프 리스트'라는 것은 주인공이 어렸을 적 본인이 이루고 싶었던 항목들을 적어놓은 리스트 들인데, 엄마가 이것을 발견하고, 유언과 함께 딸에게 이 리스트들을 클리어 해 나가도록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처음엔 살짝 고구마먹은 듯한 느끼도 있었다. 나 역시도 엄마의 유언이 이해되지 않았고, 너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상을 추구하는 엄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어가면서 마치 작가가 주인공 뿐 만 아니라 읽고있는 나 까지도 설득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처음에 느꼈던 것 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판타지소설은 아니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마치 돌아가신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그러한 느낌을 받게한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도 보이고, 또 너무 엄마가 이상주의자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진짜 행복, 진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특히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정말로 딸을 사랑했구나 하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딸의 사소한 버릇들, 혹은 습관과 고집 등. 많은 부분들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리스트 항목들에 실어서 편지로 남겨둔다. 사실 편지를 써본 누구나 느끼겠지만, 편지를 쓴다는 행위는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한 편지쓰기를, 유언을 준비하면서 딸의 삶을 위해 자세히 꾹꾹 눌러쓴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다고나 할까? 그 많은 편지를 쓰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딸을 생각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책 뒷부분에는 작가가 스토리를 어떻게 설정하고, 또 어떠한 부분들을 고민하면서 현재의 작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부분도 꽤 재미있었는데, 스토리를 구상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고민하면서 직접 글을 쓰는 행위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예상에 없었던 작품을 재미있게 잘 읽었던 것 같다. 이야말로 새해 첫달에 읽기에 너무 좋은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사랑하는 내 딸, 브렛. 실패했다고 속상해하고 있구나? 말도 안돼.'" "네? 엄마는 이미 내가 실패할 줄 아셨__" 브래드는 내 말을 끊고 계속 읽어나갔다. "'언제부터 네가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구나. 어느 순간부터 넌 자신감을 잃어버렸어.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노래하기 좋아했던 그 행복한 소녀가 언제부턴가 불안해하고 마음 졸이며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눈가가 뜨거워진다. 내가 변한 건 엄마 탓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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