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10년 대여로 세트구매를 해놓고서는 이제서야 1권을 막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워낙에 추리소설을 막 좋아하지는 않았던 나로서는 굉장한 발전이라고 본다. 이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읽고서 다시 새삼 느낀것이, 난 약간 고전추리물 쪽이 더 잘 맞는 듯한 느낌이다. 뭐랄까, 인간미가 있다고 할까? 사실 내가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살인이나 범죄 관련해서 별 관심도 없을뿐더러 즐거운 책을 읽어도 모자란 시간에 굳이 이런 우울하고 다운이 되는 책들을 찾아읽어야하나? 하는 생각에서 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사건이나 범죄현장이 너무 생생하고 잔인하게 그려지는 것이 너무 싫고 무서워서이다. 그런데 고전추리물들을 보면 잔인함에 대한 묘사는 덜하고, 뭔지 모를 따스함과 함께 약간의 허당끼가 더해지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서술하는 어투도 딱딱하지 않고 뭔가 유머러스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난 이 매그레 반장님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한덩치 하시는 비주얼에, 뭔가 사건을 잘 해결하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코난처럼 완전 전지전능(?)할 정도의 스킬도 아니고, 그리고 일단 서술하는 말투나 생각하는 흐름이 무척이나 인간미가 철철 흐른다. 우리 옆집에 살고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좋다. 물론 이건 내가 1권 밖에 읽지 않았으니 속단하긴 이르다.
아무튼 나름 진부할 수도 있고, 또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나름 세련되게 풀어냈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물흐르듯이 진행시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뭐 이건 내가 추리소설 자체를 잘 몰라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같은 초보에게는 굉장히 읽기 편한 작품이었고, 또 아주 긴장감이 없지도 않은.. 적정선을 지켜주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아르센 뤼팽 시리즈보다 훨씬 좋았다. 차근차근 매반장님의 매력에 한번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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