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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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야마오카 소하치 『대망 11』

| Mashimaro | 2017. 9. 26. 14:45






11권은 읽는데 참 오래걸린 것 같다. 대망 36권 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리즈가 12권까지인데, 막바지에 들어서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질 않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10권부터 11권으로 이어지는 내용 자체가 어쩌면 굉장히 정적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10권부터 등장하는 예수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지루했는데, 이 내용이 굳이 있어야하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정황설명이 빠지면 확실히 11권에서 오사카 겨울전쟁의 배경을 설명하기가 꽤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겨울전쟁 자체는 훌떡 지나가고 여름전쟁의 조짐을 보이면서 11권이 끝난다. 


이에야스는 이미 칠순이 넘어서 노쇠한 몸이고, 그가 원하는 세대교체를 위해서 몹시나 애를 쓰는 모습인데, 확실히 생각만큼 되지 않는 모습들이 꽤나 인간적이기는 했다. 세키가하라전투까지는 워낙 이에야스가 모든걸 꿰뚫어보는듯한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이에야스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감정이입되기에는 쉬웠다. 그 와중에 오노 하루나가를 포함한 오사카성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역시나 답답함이 느껴져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어울리지 않는 영향력있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오히려 다테 마사무네 같은 사람이 오사카성에 앉아있었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제 12권 한권만 읽으면 이에야스의 시대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대망을 이만큼이나 읽어서인지, 일본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도 꽤 늘었다. 12권까지 독파하면, 다른 시기의 역사소설들도 좀 읽어봐야겠다하는 생각중이다. 





"무릇 세상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좋지 않아. 사건이 일어나면 어쨌든 그 결말을 지어야지. 결말짓지 못할 것 같으면 직무를 내놓고,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 자기 잘못임을 확신했을 때는 사죄하는 방법도 있을 거야." "......예." "할복이란 그런 경우를 위해 예비된, 무사가 책임지는 방법이니까." 마사즈미는 당황해 뭔가 대답하려다 말았다.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이미 위정자의 책임......' 그 날카로운 지적은 이런 경우 정말로 '할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사무네는 그런 점을 이중 삼중으로 생각하여 그 어느 쪽과도 아직 신뢰를 잃지 않았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양다리, 좋게 말하면 깊은 배려...... 문제는 더 이상 적의를 품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야스는 다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수교 신자 소동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다카야마 우콘은 히데요시의 방식인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극형을 피해 가족을 동반한 국외추방을 선택했다. "일본 아닌 다른 나라의 신이 좋다면 그 나라에서 마음대로 사는 것이 좋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망명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일은 이미 마음대로 살상을 저지르던 '전국시대'가 아니라는, 신앙의 자유와 국내질서의 충돌을 교묘하게 피하는 참으로 합리적인 조치였다. 



고에쓰는 이번에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법화경도 어느 시대에는 다른 경문보다 훨씬 가볍게 여겨지기도 했었지만 역시 훌륭하게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조그만 지혜로 일을 농(弄)함은 어리석은 자에게 가담하는 소행입니다...... 종도 종명도 그대로 남겨, 후세 사람들이 치는 대로 맡기고 듣는 대로 맡기는 것이...... 술책을 초월한 참다운 경건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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