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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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원석 『서평 쓰는 법』

| Mashimaro | 2017. 9. 21. 00:23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유유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사실 읽고싶은 책의 범주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한동안 이 출판사의 책들이 저렴한 가격의 대여로 많이 풀렸고, 그 덕에 접하게 되면서 상당량의 책을 장기대여로 쟁여놓게 되었다. 근데, 그 저렴하게 구입한 책들이 잘 읽히기도 하고, 심지어 내용도 참 좋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좋은 선입견(?)을 나에게 심어주는데 한 몫 한듯하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아주 참신한 내용도 또는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다. 심지어 난 서평을 쓰는 법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도 없었다. 책 표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예쁜 표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심플한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도 있었다. 설마 이것까지 출판사에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


아무튼, 그래도 그나마 서평 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게 한 원인으로는, 내가 블로그에나마 이렇게 책리뷰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책을 읽은 후에 블로그나 독서노트에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책의 내용 또한 비교적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리뷰를 정리한다는 것은 무언가 결과물이 생겨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책을 읽고싶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나 나름대로 이것은 선순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과연 잘 쓰는 '서평'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것도 있겠다.  


저자는 서평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서평을 통해서 접하는 책들을 깊게 이해한다. 서평이라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그 서평을 읽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글을 쓰는 점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 비교적 짧은 책이긴 하지만 엑기스를 잘 추려서 전달해준 느낌이다. 심지어 굉장히 쉬운 언어로 읽기 쉽게 전달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솔직히 어찌보면 엄청 진부할 수도, 또 엄청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잘 정리해주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나도 현재 논문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글에 대한 갈망은 늘 있다. 서평과는 분명 다른 글이지만, 글을 쓴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있다. 사실 블로그에 이렇게 올리는 리뷰들도 논문처럼 복잡하고 논리적인 강박이 필요한 글을 쓰고싶지 않아서 일부러 가볍게 막(?) 쓰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된 '서평'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쓰고 조금씩 읽어가면 내 글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장 내년 즈음에 올해 내가 쓴 이러한 리뷰들을 읽어보면 바로 간지럽고 닭살도 돋겠지만, 이렇게 쌓아가다보면 내 자신의 변천사도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살짝의 기대도 해본다. 





책에 다가가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책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며, 해석을 통해 책은 계속 만들어져 갑니다. 저자의 (읽고) 쓰는 행위와 독자의 읽(고 쓰)는 행위로 끝없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섞이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이 합류합니다. 책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서평을 통해 구현된다."



읽은 책에 대해 말로 떠들 때는 책의 주장이 진부하게 느껴지고, 저자가 자기 아래에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막상 텅 빈 종이나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머리도 같이 텅 빕니다. 글로 쓰려고 하면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글의 논리와 말의 논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번 내뱉은 말을 단순히 글자로 옮긴다고 해서 곧바로 글이 되지는 않습니다. 두려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회피하지 말고, 당당히 직면해야 합니다. 이렇게 두려움을 직면하고 나면 자아 성찰이라는 보상이 따릅니다. 



서평의 최고 수혜자는 물론 서평자 자신입니다. 그러나 서평은 관계적이며, 쌍방적입니다. 책과 잠재 독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인 서평은 잠재 독자와의 대화인 동시에 저자와의 친교이거나 대결입니다. 매개로서 서평은 책과 잠재 독자 사이를 연결하거나 반대로 단절하는 것을 의도합니다. 이러한 측면이야말로 소평의 참된 목적이자 존재 의의입니다. 서평은 무엇보다도 잠재 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감정을 동력으로 삼더라도 지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어야 합니다. 분노로 두개골을 열어젖혀도 그 안에 근육 밖에 없다면, 결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문법과 언어의 기본 수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문자를 넘어서 그 맥락을 파악하고 저자의 심층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해당 도서가 자리하는 맥락(전공)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의 도서관 혹은 인덱스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서평가는 독서가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독서가일 때에만 서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나쁜 책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하여 질이 좋거나 수준 높은 책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난해한 문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문체와 내용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합니다. 또한 문체와 독자 자신의 관계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 책의 난해함을 과감하게 비판하되, 자기 자신의 미숙도 냉정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조언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논문에 대한 매뉴얼입니다. 논문 작성법에 대한 좋은 매뉴얼 가운데 하나로 하워드 베커의 『사회과학자의 글쓰기』를 들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한 논문 작성의 핵심 요령으로 끝없는 퇴고를 강조합니다. 많은 사회 과학 논문이 난해한 것은 글이 심오해서가 아니라 그저 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사유가 정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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