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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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정제희 『테헤란 나이트 : 이란을 사랑한 여자』

| Mashimaro | 2017. 8. 24. 13:53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사실 이란에 관한 책이 그리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사나 문화재, 혹은 관광관련 책자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에세이 형식으로 이란을 다룬 책을 발견하자마자 장바구니에 넣게 되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전자책 카페의 까치의 꿈님께서 선물을 해주신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을 선물로 받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란을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2008년에는 이란 프로젝트와 엮인 문화재 투어의 가이드격으로 다녀오게 되었고, 2009년에는 발굴조사를 위해서 한달가량 체류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이란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들이나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재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면, 2009년에는 산속 한 시골마을에 거주하면서 매일 동굴을 왔다갔다하며 생활했다. 물론 테헤란에서도 머물렀고, 테헤란 뿐 만이 아니라 이란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해서 굉장히 호감을 갖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란-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이란을 굉장히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으며 심지어 이란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도 장금이, 소서노의 대접을 받았으니까...ㅎ) 아무튼, 이러한 사정 때문인지, 이란을 알고있는 내 세대의 젊은 여성이 이야기하는 테헤란에서의 생활이 너무 궁금했기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결론은 좋은 선택이었다. 


저자는 2011년과 2012년에 테헤란에 있었던 것 같다. 테헤란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생활한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게 겪었던 테헤란의 생활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길어야 한달 정도를 이란에서 머물렀던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삶으로 이란에 머물렀던 이야기들이 참 궁금했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란 사람들은 친절한 것 같았고, 또 알고싶었던 이란의 젊은이들의 생활들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 등장하는 음식들 이야기에, 나도 같이 입맛을 다셔보기도 하고, 또 저자가 다시 테헤란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나도 이란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나에게도 저자에게도 이란이라는 나라는 참 매력적인 나라였던 것 같다. 본의아니게, 내가 얼마 있지도 않았던 나라에 대한 향수병을 일으켜 준 책이 되었다. 이란에 대한 어느정도의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가볍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 사람은, 없으면 더 찾게 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걸까? 이란에만 오면 이란에서 구하기 힘든 비싼 커피가 마시고 싶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라께(Darakeh)나 다르반드(Darband)에서 마시는 따끈한 차 한 잔이 간절해지는 건 왜일까? 비단 커피만이 아니다. 옆에 있으면 귀찮고 밉던 사람도 거리를 두고 이곳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먼저 사과할 걸', '보고 싶다' 등의 약간의 간지러운 생각이 든다. 이란까지 와서야 떨어져 있는 것들, 그리고 내 옆의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그간의 골칫거리들은 잠시 접어두고 공원으로 나가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당장의 취업도, 앞으로의 진로도 모든 것을 잠시 배척할 면제권을 얻은 것처럼 그 당시의 고민이라곤 이란어에 대한 것 뿐이었으니 남는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많은 생각을 위한 장소로 공원을 택했으며, 나에게 최적의 장소이자 최고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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