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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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임선경 『스키니 시티』

| Mashimaro | 2023. 9. 21. 15:17

 

 

 

책친구 덕에 또 읽게 된 책이다. 가끔 출퇴근하면서 들을 오디오북을 찾게 되는데, 그 기준에 딱 부합하는 책이었길래 추천받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오디오북으로 들을 것이기 때문에 소설이라는 점이 선택한 중요한 기준이기는 했는데, 그보다도 이 소설의 설정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제목이 《스키니 시티》인 만큼, 외모, 특히 몸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설정으로 되어있다. 꽤나 디테일해서 정말 웃프기까지 한데.. BMI 수치에 따라서 끌려가기도 하고,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식생활을 조절하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가 외모관리나 체중관리를 하는 과정이나 트렌드를 소재로 하여 나름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러한 세계관 설정을 두고 다른 친구가 이건 장르가 '호러'냐며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후반부에 정말 호러로 장르가 변환되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 읽기 시작한 계기는 굉장히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가지고 외모지상주의, 차별, 능력주의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디스토피아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 정말 호러적인 설정이 숨어있다. 오히려 그 반전에 깜짝 놀랐을 정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나의 별점이 하나 깎이기도 했다. 후반부에 밝혀진 그 사실을 통해 무언가 이야기가 진전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중간한 타이밍에서 끝나버렸다. 아무래도 지독하게 기빨리는 진한 디스토피아 장르는 아니었나보다. 예를 들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다 읽었을 때는 너무 기운이 빠져서 한동안 디스토피아 소설을 건드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어찌보면 초반의 이러한 세계관 설정이 무기로 활용된 소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말부분을 한단계 더 들어가서 풀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심하게 낙관적으로 그리고 동화적으로 마무리 한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하지만 나름 출퇴근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오디오북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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