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야말로 정말 묵힐대로 묵혀두다가 이제서야 꺼내읽었다. 사실 이미 이 책에 관련된 이야기는 저자가 출현한 각종 미디어의 내용들을 통해서 이미 접했는데, 갑자기 독서관련 책이 고파져서 읽게되었다.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은데, 첫부분은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자신이 독서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등... 이 책의 제목과도 연결된 가장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저자가 TV나 유튜브 등에 내와서 이야기한 내용과 거의 90프로 일치하는 내용들이라, 그러한 영상을 접한 적이 있다면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있는 내용 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가 너무나도 격렬하게 공감하는 내용 투성이라는 점. 늘 느끼는 것이지만 독서를 드라마, 영화를 보듯이 유희의 행위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이미 나와 너무 같은 생각이고, 여러 책을 함께 읽는 병렬독서를 한다는 점이나, 맞지 않는 책을 굳이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매우매우 공감되는.. 아니 너무 같은 생각이 많아서 쑥쑥 읽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두번째 챕터였는데, 이다혜기자와 함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독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여지껏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꽤 있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또 공감되는 부분, 혹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저자의 생각과 개성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어서 재미있기도 했고 인상적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런 고오급진(?) 대화방식들이 재미있기도 했다. 역시 좋은 사람들이 만나면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동진작가가 추천하는 각종 영역의 책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는데, 꽤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생각보다 읽은 책들도 꽤 있었지만,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처음보는 책들도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구입해두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도 많아서 이건 좀 꼭 읽긴 해야겠다...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좋아하다보면, 다음은 어떤 책을 읽을까..하는 고민의 시간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추천책들이 있으면 선택에 꽤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곤란하기도 하지만...ㅎ
그러니까 제가 읽는 독서는 99퍼센트 재미를 위한 거예요. 머리를 풀 때 상대적으로 느슨한 에세이를 읽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고, 복잡하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때 철학 책을 읽어도 되는 거예요. 딱딱한 자연과학 책을 봐도 되거든요. 긴장을 푸는 재미 형식을 가지고 있는 책이 따로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매일매일이 습관으로 빼곡한데, 모처럼 이번 달 말일에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책을 한번 읽어보자, 그러면 책 읽는 게 행복이 아니라 쾌락인 거예요. 그런데 습관화되어 매일 책 읽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세요. 저녁 먹기 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면 책을 자동적으로 펼치는 거예요. 그건 행복인 거예요. 똑같이 책을 읽어도 쾌락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쾌락은 지속 불가능하죠.
이다혜 : 쾌락은 반복되고 길어지면 감각을 무디게 하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반복되는 것이 행복이 된다면 반복 자체가 주는 만족감까지 행복이 되는 거겠네요.
이동진 : 쾌락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만 좋은 습관은 안 그래요.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고 쳤을 때, 내가 27세 때 4월 25일에 마셨던 커피보다 내가 53세가 되었을 때 1월 7일날 마신 커피가 덜 좋을까요? 같거나, 나중에 마신 커피가 더 좋을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건 삶 전체를 놓고 볼 때 커피의 한계효용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게 저는 행복인 것 같은 거예요. 좋은 인간관계, 좋은 습관, 좋은 책을 읽는 방식, 좋은 시간을 경유하는 방식, 이런 거겠죠.
사람들이 흔히 저에게 하는 몇 안 되는 칭찬 중 하나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박식하다는 말을 해요. 그런데 제가 혹시라도 박식하다면, 그런 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90퍼센트는 책에서 오지 않았을까요? 그런 게 직업적인 기초가 되는 거란 말이죠. 읽기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은 당연히 못 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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