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쟁여놓은지는 참 오래 되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번에 집어들었다. 최근에 영화도 나와서 꽤 화제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언제나처럼 나는 영화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화제성 혹은 인기가 있었다는 뜻일 것이고, 또 실제로 주위에 함께 책을 좋아하는 신뢰(?)할만한 지인들이 추천을 참 많이 해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 꼭 읽기는 해야하는데.. 하며 늘 주기적으로 생각하던 책이었기에, 이번에도 주저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초반.. 중반... 정도까지 읽었을 때에는 이 책이 왜 좋은지 잘 몰랐다. 이미 책 설명이나 분위기에서 느껴지듯이 한 소녀의 고립에 대한 이야기 혹은 습지에 대한 풍경의 묘사,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들... 등등이 잘 그려지고 전달되기도 하였지만, 다들 그렇게 추천할만큼의 매력까지는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있어서는 중후반의 사건 혹은 재판을 포함한 이야기의 전개가 진행되면서 속도감이 붙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미리 읽은이들의 감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그리고 많이 생각해보게 한다. 소재가 참신한 것 같으면서도 어찌보면 식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리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또 진부하기만 하지도 않다. 어찌보면 평범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참 거창하지않고 세련되게 잘 묶어놓은 느낌이랄까? 잔잔한데 다이나믹한 이 묘한 분위기...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또 차가운면서도 따뜻하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눈물까지 나왔다. 아마도 점핑과 작별하게되는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이 책 또한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평생을 야생동물 연구자로 살아온 분이 일흔이 다 되어서 쓴 첫 소설이라니... 요즘 연구자들은 정말 글도 너무 잘 쓰는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너무 서정적인 표현에 감탄을 하며 읽은 부분이 꽤 있었는데, 연륜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을 필드로 연구해 온 짬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글을 참 잘 쓰는 닳고 닳은 작가가 쓴 글처럼 느껴졌다. 이분이 또 다른 작품을 쓰실까? 아마도 다음 작품이 또 나온다면 찾아읽어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읽고 좋았던 소설 중 데뷔작이었던 작품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작가도 하늘이 내리는 천직인가보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카야의 뒤통수가 아니라 바닥을, 벽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평결을 기다리는 장본인은 카야가 아니라 마을 전체 같았고, 이 갈림길에서 추잡한 즐거움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창턱을 지나면서 카야는 손을 뻗어 선데이 저스티스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선데이 저스티스는 카야를 모르는 체했고, 카야는 작별인사 따위 전혀 필요 없다는 듯 도도한 고양이의 완벽한 태도에 감탄했다.
“난 한 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 사람들이 나를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어.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무엇보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클래식한 읽는 재미’야말로 가장 특별하다. 아무 잔재주도 부리지 않고 고전적인(말하자면 구식의) 스토리텔링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이 주는 충만한 만족감이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은 강력한 페이지터너에 머물지 않고 시의적절한 화두들을 예리하게 던진다. _ 옮긴이의 말 (김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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