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점이나 도서관 혹은 구독서비스를 둘러보면 늘 상위에 올라와 있던 작품인지라 눈에 너무 익은 책이었는데, 결국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왠지 분위기가 상상이 되기도 하고, 뭔가 동화스러운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가 있겠거니.. 해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일 것이라고 상상을 하기도 했지만, 또 그래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이것저것 빠져서 골라읽다보면, 이런 책들은 꼭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이지만)
어쨌든, 다음 책을 뭘 읽어볼까..하며 눈을 굴리고 있는 나에게 딱 포착이 되었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상상대로였고, 또 그러기엔 생각보다 구성되어있는 세계관이 꽤 흥미로웠다. 일단 여기에서 내 흥미를 딱 끌어낸 느낌. 주인공 페니가 달러구트가 운영하는 꿈 백화점에 취직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꿈을 판다는 설정, 그리고 대금을 지불하는 시스템, 꿈을 제작하는 사람들, 또 이러한 작품을 심사하는 시상식마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꿈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또는 우리는 꿈을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하는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물론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예상대로 훈훈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모든것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 나름의 스토리라인이 존재한다. 바로 이어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후 시간이 지나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보니, 단순히 꿈을 사고파는 에피소드 중심으로만 꾸며지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난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가 너무 흐뭇하게, 그리고 너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게 홍보를 잘했어야지.” 니콜라스가 말했다. “우리 산타클로스들은 일찍 안 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안 올 거라고 옛날 옛적부터 소문을 내놨다구. 마케팅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이야. 요즘 사람들은 이야기에 껌뻑 죽는다고. 자고 있으면 몰래 선물을 놔두고 간다는 이야기는 참…, 어느 조상님이 지어내셨는지 아주 탁월하단 말이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료를 받아들고 온 남자는, 할머니가 창가의 1인용 좌석에 불편하게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할머니, 편한 자리 놔두고 왜 거기 계셔? 이리 오세요. 우리 여기 편한 자리에 앉자.” 남자가 할머니를 널찍한 소파 테이블로 데려갔다. “내가 이런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흉보는 거 아니야? 그 왜, 돈 많이 내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들이 여기 앉는 거 아니야?” 할머니가 엉거주춤하게 서서 두리번거렸다. “우리도 돈 많이 내고 좋은 음식 시켰어, 할머니. 걱정하지 마셔. 그리고 할머니가 편한 자리 앉아 있는다고 흉보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야.” “그래? 그래도 너랑 같이 있으니까 든든하고 좋네.” “든든하긴 뭘.” 남자가 쑥스러워했다. “여기서 내가 제일 늙은이다, 그렇제?” “그러게, 할머니가 제일 세련된 어르신이네. 이런 데 와서 손자랑 커피도 마시고.” “너는 참, 말을 강아지풀만치 보드랍게 해. 어릴 때부터 그랬어.”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Books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0) | 2022.05.19 |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0) | 2022.05.19 |
이소은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0) | 2022.05.12 |
나쓰메 소세키 『마음』 (0) | 2022.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