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아마도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어려운 책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책 역시 진작에 구입해놓고 정말 오래동안 묵혀놓았던 대표적인 책 중에 하나였다. 심지어 나름 벽돌책으로, 《총, 균, 쇠》 보다도 더 두꺼운 책이라는 것. (물론 이런책들에 분량에는 레퍼런스와 각주가 한 몫 하긴 한다.) 어쨌든 이렇게 묵혀두고 있던 이 책을 굳이 집어들게 된 이유는, 이 책이 자꾸 다른 책의 레퍼런스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나 《컨버전스 2030》 같은 책이 그러했고, 또 미래관련 전망 혹은 미래기술, 심지어 마케팅 관련 책에서 조차 언급되고 있기에, 결국 원전이 궁금해졌기에 이 묵은지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근데 다행이도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덕분에 이 책을 완독해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혼자 읽었으면 절반, 아니 그 반의 반도 이해를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였는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아니다. 내 역량으로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등장하는 이과적(?) 용어들을 문과출신의 내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얼마나 심했으면 문장을 제대로 이해, 아니 읽어내려가는 것 조차도 처음엔 버거웠으니까...
어쨌든 그래도 이 책을 읽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래사회에 대해서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으며, 어쩌면 허황되기까지 생각되는 이러한 낙관적인(?)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들도 제시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21년에 내가 읽는데에도 놀라운 내용들이 많았는데, 당시 책이 쓰여진 2007년 시기에 어떻게 이러한 발상과 생각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이렇게 디테일하게 써내려갈 수 있다는 점 또한 정말 저자를 존경스럽게 보이게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기술진화를 인간의 진화선상에 연결해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고, 좀 위화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발상이 이 책의 기본전제가 되기도 하기에 나름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비판을 받기도 하는 이유는, 저자가 이러한 미래사회 혹은 기술의 발전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위험하게도 느껴지고 거부감이 드는 요소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설명하기 힘든 인문학적 화두 조차도 무겁지 않게 그리고 당당하게 낙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느끼게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참 실망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던 마지막 9챕터를 보면서, 지금까지 잘 쌓아왔던 책 속의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느낌마저 받았다. 아무래도 저자가 많은 비판과 공격을 받았으리라...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다급하게 변론하려는 느낌이 강해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여력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스킵하며 읽어가더라도, 또 저자와 다른 생각에 비판적인 생각이 넘쳐나는 상태로 읽는다 할지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가 참 많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가 꼭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야기들도 책속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다시 읽을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특이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인공지능이 어떤 영역에든 조금이라도 부족한 면을 보이면 그 영역이야말로 인간의 능력이 인간 창조물의 능력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 영원한 보루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진화는 점점 질서가 높은 패턴을 창조해가는 과정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계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계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조지 버나드 쇼, 「혁명가를 위한 격언」, 『인간과 초인』 중, 1903년
인류가 과거에 이룬 모든 진보는 진화가 가한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역사였다. -마이클 아니시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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