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팩트풀니스』

| Mashimaro | 2021. 4. 23. 17:55

 

 

 

 

 

이 책을 대체 언제 구입했었던가... 아마도 출간 당시 진작에 구입해두고 아직까지 묵혀두고만 있었던 책이었다. 결국 이 책을 읽고있던 친구 덕분에 억지로 밀어붙여서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꼈지.. 꼭 지레 겁먹고 안읽고 있던 책들은, 막상 읽으면 술술 읽히거나 막 재미있거나 그러더라... 아마 대표적인 책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였지. 물론 아직도 읽고 있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이건 진도가 안나가서가 아니라 워낙에 긴 소설이라 그렇다. (각 시리즈 당 3권씩 7시리즈이니.. 21권을 당장 읽어제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매우 잘 읽히고 공감포인트도 많았으며, 좋았다. 

 

사실 여러가지 연구 혹은 보도자료에서 통계자료나 데이터들이 많이 활용된다. 우리는 이렇게 제시된 자료들을 소위 공신력, 혹은 전문성을 인정하는 지표로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자료를 제시하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오류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속에서의 오류, 혹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순간에서의 오류 등을 지적하고 있다. 여러가지 본능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본능은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한 본능'으로 10가지이다. 사실 목차를 보는 순간 이미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역시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는 우리 모두가 거칠 수 있는 오류의 과정이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장착되어있는 '본능' 그 자체였다. 

 

물론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심지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고, 또 더 나아가 어떻게 자료를 왜곡시키면서 제시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언론에서 이러한 데이터들을 얼마나 거칠게 다루고 있는지도 보여주며, 더 문제인 것은 우리가 얼마나 교만하고 잘난체하며 이 데이터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도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책 속에서는 친절하게도 우리가 침팬지보다도 못한 선택을 하고있다고 표현해주고 이기도 하다. ㅎㅎ

 

어쨌든 이것은 꽤나 중요한 문제이다. 책에서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문제나 빈곤의 문제, 소외계층의 문제 등 다양하고 넓은 범위에서의 자료들과 문제제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우리 삶 속에서 혹은 우리의 연구나 공부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일하고 있는 각자의 현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제시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 그리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 목적에 치우치는 해석보다는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덕분에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한마디로, 세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둘로 나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다수가 중간에 속한다. 서양과 그 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극을 암시하는 이쪽 또는 저쪽이라는 단순한 분류는 쓰지 않는 게 옳다.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영웅과 악인,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 세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나누는 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일 뿐 아니라,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그런 구분을 한다.

 

나는 데이터를 절대 100% 신뢰하지 않는다. 독자도 그래야 한다. 불확실성은 늘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다. 이 경우에도 수치는 얼추 맞겠지만, 작은 차이에 근거해 속단해서는 안 된다(통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한 가지 훌륭한 일반 원칙은 차이가 10% 정도로 근소할 때는 속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있다. 사람들은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보기에는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다.

 

카메라가 잿더미에서 끄집어낸 아이의 시체를 훑을 때 나는 두려움과 비통함에 지적 능력이 마비된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도표도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어떤 진실도 내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 그 순간에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주장한다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참담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되기 쉬워 대단히 비윤리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큰 그림을 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

 

이렇듯 우리 머리가 어설프게 일반화를 해도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논리 전개는 맞는 것 같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논리에다 좋은 의도까지 합쳐지면 일반화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치에 밝다든가, 교육 수준이 높다든가, 심지어 노벨상을 받았다든가 해서 똑똑한 것과 세계적 사실에 관한 지식수준이 높은 것과는 무관하다.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가일 뿐이다.

 

훌륭한 지식은 해결책을 찾는 전문가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여러 해법이 모두 그 나름대로 특정 문제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다. 따라서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만도 하다. 수치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치 없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제한된 전문성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마라. 내가 모르는 것에는 겸손하라. 타인의 전문성에도 그 한계에 주의하라.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개인이나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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