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이나 되는 대장정이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어느새 벌써 11권까지 읽었다. 확실히 초반보다는 후반부에서 조금 더 스피드가 붙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11권은 좀 우울한 느낌이랄까, 몰락해가는 한 집안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주인공 보옥이는 구슬 잃어버린 이후로 아직까지 바보가 된 느낌이고, 심지어 계속해서 대옥이의 죽음에 얽매이며 세상 꼴보기싫은 캐릭터가 되어있는 듯 하다. 거기다가 가사나 가진은 귀향살이, 그나마 가정만 사면되면서 세습직을 물려받기는 하는데, 이미 집안상태는 엉망인데다가 유일하게 복권된 가정이 워낙에 집안살림에 젬병이라, 역시나 이번에도 고구마를 잔뜩 먹은듯한 스토리가 전개된 듯 하다.
그 와중에 가장 멀쩡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 대부인인데, 위기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잘 배분하면서 처리하는 모습이 진짜 여장부같은 느낌이었다. 이 위세당당한 영국부와 녕국부가 어떻게 이런 세도가가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달까.. 근데 이런 대부인 조차도 11권 마지막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대부인이야 워낙에 나이도 있으니 죽는다고 해서 이상한 설정은 아니지만, 뭔가 한세대가 끝나는 느낌이랄까, 조금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 외에도 이번 권에서 또 역시 많은 이들이 죽었고, 아마도 다음 권에서는 희봉이도 죽을 것 같은 전개이긴 하다.
잠깐 엿본 12권 목차에서는 그래도 마지막 결말은 나쁘지 않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한데.. 과연 이렇게까지 몰락 직전까지 가게 된 집안의 분위기를 어떻게 정리하며 끝맺을지, 결말을 알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그래도 주인공이니 보옥이나 좀 제대로 된 캐릭터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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