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대체 언제 구입했던 것이었더라..? 예전에 대여책들이 많이 풀렸을 때 아마 10년대여로 빌렸던 책인 것 같다. 솔직히 이런류의 책은 정가로 구입하지는 않는 편이라.. 그래도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책은 공감하는 부분도 참 많기 때문에 읽을 수 있다면 가볍게 읽는 편이다. 이 책 또한, 제목부터 왠지 나랑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일단 대여했던 생각이 든다. 나 역시다 3색볼펜이 습관화 되어있는 사람이고, 덕분에 멀티펜 성애자가 된 사람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야장기록이 생활화되면서 더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말 그대로 이 책은 3색볼펜을 통해서 어떻게 텍스트를 읽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사실 내용은 엄청 심플하다. 첫 작은 챕터만 읽으면 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계속해서 그것을 어떻게 우리가 습관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로 독서모임 혹은 강의에서 저자가 실행하고 있는 3색볼펜 적용사례를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야 모든 기록을 3색볼펜으로 하는지라, 저자의 이러한 의견이 생소하지도 않았고, 적용하기도 쉬웠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그대로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히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사고를 정리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필독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또 자신에 맞게 적용시켜볼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관심여하에 따라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책이라 생각된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3색볼펜 방식을 연습시켜보면 객관적인 부분과 주관적인 부분을 혼동하는 학생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학생은 개인적인 관심사까지 자신 있게 빨간색으로 줄을 긋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여기는 빨간색이 아니고 초록색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사실 그 학생이 틀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기 주관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그 용기를 나는 높이 사고 싶다.
책에 줄을 긋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청결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더욱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줄을 긋는 행위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줄을 긋는 것은 자신의 독서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다.
객관적 요약력이 다양하게 나오는 현상은 각자의 개성이 다양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읽기 수준이 낮다는 의미다.
즉, 공통 인식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어야 주관적인 의견이나 발상을 자유자재로 교환하기가 쉽다.
독서 훈련이 어느 정도 몸에 밴 사람들끼리 대화할 때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화할 때는 그 밀도부터가 다르다. 책의 문장은 원래 글말이므로 입말보다 응축도가 높다. 문장 하나에 담겨있는 사고의 밀도가 높은 셈이다. 독서에 익숙하다면 평소 하는 입말에도 자연스럽게 글말의 높은 밀도가 영향을 미친다.
독서가 커뮤니케이션의 기초라는 말의 의미는 독서에 의해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자세가 길러진다는 점뿐만 아니라, 글말이 지닌 언어의 밀도가 입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책을 읽는 행위를 단순하게 ‘정보 섭취’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차라리 인터넷 검색창에 알고 싶은 정보를 한두 단어로 입력해보는 것이 편리하다. 하지만 독서는 정보 습득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폭넓게 수용하는 행위다. 그 생각의 궤적을 바짝 붙어 따라가는 연습은 인터넷 정보 검색으로는 좀처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공부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다.
남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줄을 긋는 행위를 통해 깊이 고민하고, 자기 힘으로 걸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3색볼펜을 그은 곳은 고민과 결의가 집약된 곳이다. 고민하고 망설이며 생각하는 시간이 길수록 줄을 그은 곳에 더욱 애착이 간다.
‘의미의 함유율’이 낮은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미의 함유율이 높은 문장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하는 말은 의미의 함유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 콘텐츠, 영상매체 등 미디어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오늘날 독서의 양이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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