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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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임선경 『빽넘버』

| Mashimaro | 2018. 5. 12. 14:43







무료대여로 제공해 준 전자책으로 읽게 된 작품이다. 《빽넘버》라는 제목을 봤을때는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일까..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소재는 판타지스러웠고, 내용은 가벼운듯 하면서도 꽤나 진지했다. 설정 자체는 주인공이 사고 이후에 사람들의 등에서 보이는 백넘버를 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인데, 그 백넘버라는 것이 그 사람의 남은 수명을 날짜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이 소설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 한다면 이 소재일 것이다. 소재가 참신하고, 또 이걸 풀어낸 작가의 필력이 꽤나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김훈작가와 같이 한문장 한문장에서 무게감과 깊음이 느껴진다기 보다, 글의 표현 자체는 가볍게 보이기도 하고, 또 매우 실제적이기도 하지만, 생동감있게 사람을 잡아끄는 느낌이 있다. 그러다보니 책 자체도 흥미롭게 빨리 읽게 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참 많았던 것이, 배경이나 설정 자체가 현재 지금의 시기를 너무 잘 그려내고 있고, 사용되는 소재 하나하나가 내가 직접 지금 만지고 활용하고 있는 것들을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과 내가 동시대에 같은 곳에서 살고있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더 푹 빠져서 읽었을까? 내 친구 혹은 지인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소재에 비해 스토리자체의 전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역시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는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특히 주인공의 가족을 잃게된 에피소드,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죽음과 백넘버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 난 일부 독자들이 느끼는 것처럼의 결말에 대한 불만은 그닥 없었다.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분량이 조금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또 작가만큼 함께 죽음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에, 너무 짧아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이 작가 참 글을 생동감있게 잘 쓴다라는 인상이 남아있기에, 이후 다른 작품들이 나오면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진이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보호자들도 덩달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 왜 모니터를 보고 있는 걸까?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숨소리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아직 따뜻할 때 손을 한 번 잡아보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모두 멀거니 서서 어쩔 줄 모르고 기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그것이 중환자실 죽음의 풍경이었다.


의료진은 처치에 앞서 "따끔합니다." 내지는 "조금 불편할 거예요."라고 말해준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겁니다."라든가 "숨이 턱 막힐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경우는 없는 데 당하고 보면 대부분 후자의 상황이다.


확률은 확률에 불과하다. 개인에게는 확률이란 이진법의 세계다. 내가 해당하느냐 아니냐, O냐 X냐 둘 중 하나 뿐이다. 번개에 맞을 확률이 0.0001퍼센트여도 내가 번개에 맞았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숫자다. 확률은 집단을 대상으로 했을 때만 유용하다. 개별 존재의 입장에서 보면 확률은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러니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할 게 아니라 산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좀 관심 있게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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