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에는 어떠한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그렇기 떄문에 내가 이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다. 사실 난 디스토피아 소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밝은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가 좋고, 뭐 그게 안된다면 진지한 이야기.. 정도라면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으면 우울해질 것만 같고,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그리 즐겁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도 이어지지만, 또 하나 독서가 힘든점을 들자면, 디스토피아 소설이 갖는 특징 때문인 것 같다. 내 생각에, 우리가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으면서 공포나 씁쓸함을 느끼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기 떄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주 먼나라 이야기인 판타지와는 다른 부분이 이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디스토피아라는 세계관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지만, 그 세계가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다.
이 책에서 건설된 길리아드는 매우 많은 특징이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사회적인 문제, 환경문제, 문화적인 부분 등 꽤 광범위한 부분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중에서도 '시녀'라는 국가공인 대리모의 개념을 등장시키며 여성문제를 전면적으로 등장시킨다. 그렇게 사람이 귀하다면, 남자들의 생활도 철저히 관리해야할 것이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이 처형해대는지... 아무튼, 현재도 많은 여성문제들이 있고, 그로인한 문화적 차이, 인식의 차이, 입장의 차이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행형이지만, 여기서 작가는 가장 큰 생물학적 차이를 빌려와서 '임신과 출산'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아내'와 '시녀'들의 관계, 철저히 통제된 사회, 원색인 색깔로 확연히 구분시켜놓은 원칙들. 읽는 내내 갑갑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것을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영토에 설정해 두었다는 것. 그리고 실제 일본인 관광객들이 등장한다는 것. 즉, 우리가 사는 현재 사회의 한가운데 길리아드라는 세계를 설정해 둔 것이다. 내가 지금과 같은 일상을 살고있는 현재에도 어딘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북한에서 통제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일까?라고 잠시 생각도 해보았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 작품을 해석했다는 학회발표를 통해서 부연적인 부분을 설명해 주는데, 이게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어서 현실과의 경계를 희미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톡톡히 해낸다. 특히나 한때 인류학을 공부했었고, 학회에 참석하는게 일인 나의 입장에서, 내가 연구하고 조사했던 사례나 자료들의 '실상'은 어떠했을까 하는 다른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서술된 상황들이 경악스럽지만, 또 현실과 아주 동떨어지지 않아서 더 무서운 제대로 된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1984도 읽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을 좀 두고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진짜 문제는 누가 누구한테 어떤 짓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 마찬가지라는 말만큼은 절대 내 앞에서 하지 마라.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루크는 '우리'라는 말을 쓸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 루크는 아무것도 빼앗긴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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