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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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도대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Mashimaro | 2018. 2. 28. 00:59






책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책은 이미 알고있는 작가들이 아니면 굳이 구입하지 않는데, 이 책의 경우는 미리보기로 앞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 나서 구매했다. 행복한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 그 간단한 네컷 만화에 끌려서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한 만화로 그려져 있는 부분도 있고, 또 텍스트로 채워져있는 부분도 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저자인 도대체씨가 회사나 생활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고, 또 나오는 이야기들로 유추해보면 나이도 조금 있는 듯하다.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 정도? 이미 SNS에서 유명하신 분인 듯 하지만, 난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내용은 이런책 특유의 느낌처럼 위트를 섞어가며 툭툭 내뱉듯이 이야기하거나 상황과 말을 살짝 비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을 한다면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이건 이미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부족한 자신에 대해 여과없이 쏟아내고, 그러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하자는 이야기이다. 해결책이 있지도 않고, 또 무언가를 열심히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느끼는 것, 실수한 것, 속상한 것, 즐거운 것 등 많은 감정들을 그냥 막 수다떨듯이 쏟아낸다. 그 모습이 나의 못난 모습과도 겹쳐보이면서 위로가 된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네.. 하고. 


심각하게 읽고, 좋은 작품이다라고 칭찬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러한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어려운 책 읽기에 지쳤다거나, 일에 치여서 힘들때, 혹은 실없이 웃고 싶을때, 농담 따먹기 같은 대화상대가 필요할 때, 한번쯤 펴봐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 마냥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성공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실패한 나를 다독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세게 보이려고 회사에서 누가 성희롱 수준 음담패설을 해도 괜찮은 척 넘어갔고 내가 먹지 않은 개고기 회식에도 따라가고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하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거부할 줄 아는 것이었다. 


심지어 수명도 길다. 종에 따라 5년에서 17년까지도 산다는데, 그 정도면 곤충 세계에선 '장수 만세'다. 그러니 땅 위에 사는 시간이 짧아서 불쌍하다고 하는 소릴 매미가 알아듣는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뭐래도 매미의 일생은 땅 위에서 사는 단기간만이 아니라 굼벵이 시절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언젠가 그럴듯한 날개를 달아본다면 좋겠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다 해도 그것 또한 어엿한 나의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나의 삶은, 굼벵이처럼 바닥을 기는 지금 이 순간까지 포함된 것이다. 진짜 삶이란 다른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사는 삶이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가? 정말 하고 싶은 일도 아니면서.


아마도 언젠가의 내 마음도 빤히, 또는 슬며시 눈치챘을 텐데도 모르는 척했을 친구들에게 문득 고마워진 날이 있었다.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척해주는 사람이 고마운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평소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마트나 식당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배기사나 이웃들과 마주치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왜인지 자기 삶을 꼬박 잘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 자기 모습이 멋지지 않다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우리에겐 멋져야 할 의무가 없어. 살아 있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내 잘못이 아닌 어떤 일이 나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 땐 그 생각을 멈춰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나 자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그 일로 나는 멍청해지지도, 나쁜 사람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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