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 36권 중,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을 끝냈다. 12권까지이니 3분의 1정도를 읽은 셈인데, 시리즈별로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아마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이 가장 긴게 아닌가 생각된다. 솔직히 말이 12권이지, 한권 분량이 보통 책의 2~3배정도의 분량이니.. 이 책을 12권까지 읽어냈다는 것이 나름 뿌듯하다. 뭐 그만큼 분량이 있어도 술술 잘 읽히는 편이기는 하다. 12권에서 그려진 것은 오사카 여름전투의 마무리와 이후 다테 마사무네, 마츠다이라 다다테루와의 줄다리기가 가장 주된 스토리였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이에야스가, 본인이 죽은 후 안정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이었던 만큼, 마지막은 이에야스의 죽음으로 끝맺는다.
마지막 12권을 읽으면서 유난히 생각하게 된 점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이에야스 뿐만이 아니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세상엔 정말 많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가진 영웅들이 많다. 문제는 그들의 시절이 끝났을 때, 그 체계나 생각들이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에야스가 세운 막부가 이전 두 영웅들과는 다르게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후세의 일을 세팅하고 준비했던 노력의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 중에, 진정한 리더십이란 리더가 그 공동체에서 사라져도 그 공동체가 이전과 변함없이 같은 형태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본인이 드러나는 리더십보다, 본인이 리드하는 그룹의 전체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적어도 이에야스는 이 대망시리즈를 통해서 그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 대망 속에서 그려지는 이에야스가 그랬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덕분에 일본친구들과 전국시대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 선사나 고대쪽으로는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전국시대쪽은 사람이름만 어디서 줏어듣고 자세한 내막과 스토리를 알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한번 훑고나니 많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망시리즈도 남은 스물네권은 그래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이 넘게 쥐고 있던 이에야스와 작별하는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끝을 봤다는게 후련하기도 하다. ^^
그러나 전국시대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사실은 허세에 살고 죽었으니, 이런 혼란은 도리어 당연했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네 사람 모두 결코 히데요리의 생존 따위는 원하고 있지 않았다. 여기 올 때까지 저마다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면서 격심한 증오와 적개심을 쌓아올려 왔던 것이다. 아니, 그 이상으로 그들을 강경하게 만든 것은, 쇼군 히데타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이에야스보다 히데타다와 훨씬 가까운 시대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알겠나, 법이 먼저냐 덕이 먼저냐......를 단단히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는다면 소심함을 위신으로 꾸미는 잔인한 사람이 되고 말아. 싸움이 서툴러져 겁쟁이가 되었다고 내가 말한 것은 그런 뜻에서였어. 덕은 내 몸을 꼬집어보고 남의 아픔을 아는 인정에서 출발하는 거야. 그 인정을 잘 씹어서 음미해 본 삶이 덕이 되지. 그 덕이 먼저고, 법은 이를테면 모두들이 서로 납득하는 약속......인 것이다."
"선정은 피통치자의 납득과 통치자의 설득력 위에 성립된다...... 또한 그 설득력은 통치자의 덕에 의해 태어난다."
"예. 생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언젠가 만나게 되는 곳은 한 곳, 그때 아버지와 자식 어느 쪽이 더 진지하게 살았는지 그것을 다다테루와 겨룰 생각이니 그렇게 이르라고." 이번에는 다다테루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듯 싶더니 느닷없이 철없는 아이처럼 몸을 비틀며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언젠가 만나는 곳, 말할 것도 없이 죽음의 세계다...... 그 죽음의 세계에서 만났을 때 어느 쪽이 죽음까지의 여정을 진지하게 걸어왔는지, 그것을 겨루자고 이에야스는 말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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