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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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귀현, 스토리펀딩 팀 『스토리의 모험』

| Mashimaro | 2017. 10. 30. 14:12






이 귀여운 표지를 하고 있는 책은, 카카오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펀딩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스토리펀딩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워낙에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펀딩도 이제 스토리텔링을 잘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정도의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읽어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클라우드펀딩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았다. 나도 킥스타터 페이지를 들락날락해봤고, 또 지인이 학술프로젝트를 클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진행한 적이 있는지라 꽤 관심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기에, 이 책을 통해서 꽤나 다양한 사례들을 접해볼 수가 있었다. 


일단 카카오에서 진행하는 이 스토리펀딩은 뉴스펀딩이 전신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시사적인 부분이나 보도적인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것 같다. 스토리펀딩으로 체제를 전환한 이후에 꽤나 다양한 소재의 펀딩이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스토리펀딩'이라는 이름 자체만 보아도, 훨씬 진입문턱이 낮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 역시 그런 느낌인데, 확실히 첫 챕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들을 배치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도 그 덕분에 이 책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감에 따라서, 표지의 코믹함이나 귀여움과는 달리 꽤나 진지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여러분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여러분야의 사례가 모두 다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스토리펀딩이어야 하는지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러한 펀딩시스템을 만들고 여러 프로젝트들을 도전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의 제목이 '스토리의 모험'인 것도 매우 납득되었다. 


아마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굉장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읽다보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있는 유명한 내용들도 있고, 또 굉장히 개별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들도 있다. 사회를 뒤흔들만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케이스도 있었고, 소소한 내용이지만 작은 변화나 감동을 주는 내용들도 있었다. 마침 직전에 읽은 책이 플랫폼 레볼루션이었고, 이시대에 플랫폼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스토리펀딩도 하나의 플랫폼이고, 여타 다른 플랫폼의 특징처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들과의 '공감'이었다. 확실히 이젠 기업이나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가치'와 '공감'이라는 요소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실감이 든다. 





열정 페이와 재능 기부에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 생태계에서 저임금 혹은 무보수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더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돈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당당한 요구다. 스토리펀딩에선 그 요구를 떳떳하게 할 수 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박 경위가 보여주는 따뜻함 덕분에 어떤 학생은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를 시작했고 어떤 학생은 모범생이 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인권변호사를 꿈꾸고 있다. 아이들을 변화시킨 방법이 뭐냐고 묻자 박 경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건 없어요.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편들어주고, 밥 사주고, 안아주면서 끝까지 지켜주면 아이들은 놀랍게 달라집니다. "



5차에 걸친 연재를 통해 440만 5000원을 후원받아 배지 제작에 들어갔다. 이 배지는 후원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배포하기로 했지만 지하철공사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논의를 진행해 지하철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었던 평범한 직장인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처음 펀딩해봤어요. 약자가 약자임을 드러내야만 양보하는 게 이상하단 생각을 왜 진작하지 못했을까요. 얼른 배지를 달고 다니고 싶어요. 누군가 한 명쯤 부담 없는 양보를 제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펀딩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망고 님



나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을 수는 없다고 한다. 듣는 나도 놀랐지만 시계를 만든 김 대표는 더 당황했다고 한다. 그다음 질문은 김 대표를 더 놀라게 했다. "시계 크기는 어때요?" 김 대표는 시각 장애인에게 시계 크기가 중요할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김대표가 이 프로젝트에 안이하게 접근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했다. "색은 무슨 색이죠? 밝은 색이면 좋겠는데요." 시각장애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점자 시계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던 김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디자인'을 중시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점자 시계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누가 사용해도 멋있는 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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