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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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진명 『고구려 6. 구부의 꿈』

| Mashimaro | 2017. 6. 26. 12:30







이 고구려 시리즈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던 것 같다. 5권을 읽고 나서 대체 몇년이 지났는지.. 6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체 이전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4권은 기억이 나는데, 5권의 내용을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6권은 고구부가 주인공이 되는 소수림왕때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권의 가장 인상적인 주제라고 한다면, 주인공 구부의 비전이라기 보다 그 근간에 있는 유학을 향한 비판인 것 같다. 유학으로 대표되는 공자와 진(晋)을 디스하는 것이 이 책의 메인 테마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의 그 강력한 지배와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그려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김진명이라는 작가는 참 재미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확실한 이야기꾼이다. 책을 펼치면 순식간에 집중하게 만들고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필력이 있다. 또 그가 주로 사용하는 툴은 팩션이다. 특히 현대물을 쓸 때, 이것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헷갈리게 할 만큼 팩트와 픽션을 정말 잘 섞어낸다. 그러다보니, 싸드와 같은 작품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결말의 허무함은 가끔 신경질을 자아내기도 한다. ㅎㅎ


또 김진명 작가는 굉장히 민족주의적인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쓴다. 어찌보면 그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현대물보다는 역사물이 좀더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살수」도 그랬고, 지금 연재중인 「고구려」 역시 그렇다. 아무래도 낯간지러울 정도로 써도 부담이 없을테니까. 굉장히 현대적인 역사소설이고, 또 작가가 대단한 이야기꾼인 만큼.. 마치 요즘의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면, 혹시나 이러한 소설을 읽고 이게 진짜 역사라는 생각을 가질까 하는 부분이다. 「고구려」는 확실히 '소설'이다. 나같이 역사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설정들도 줄곧 등장한다. 분석하고 들어간다면 한이 없겠지만, '소설'로 즐긴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부분의 역사소설이나 사극이 조선시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삼국시대를 무대로 하는 소설이 시리즈로 쓰여지고 있는 부분만으로도 어느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좋지 않을까?^^





사현은 고개를 크게 흔들며 반감을 표했다. 사안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다.

"야만, 오랭캐의 야만에 불과합니다. 유학으로 비로소 백성은 야만에서 벗어났습니다."

사안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우스운 소리. 사람을 야만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예법이 아니라 배부름이다."



"두려우냐? 죽음이 두려워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 너는 부여구가 민생을 보호코자 화공을 쓰지 않는다 하였다. 헌데 나더러는 폐하의 이름을 더럽히며 민간의 곡창을 태우라 하느냐? 그것은 네 목숨이 아까워서더냐?"

"그들은 백제군이며 백제의 백성이......"

"어느 나라든 민간의 땅에 불을 지르라니. 미천태왕 이래 고구려는 그런 길을 걸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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