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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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몰리에르 『타르튀프』

| Mashimaro | 2018. 2. 14. 16:48






타르튀프는 몰리에르의 희곡 작품이다. 사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을 읽을 때만 해도, 희곡이라는 장르에 어느정도 두려움이 있었다. 운문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가장 힘든 것은 화려한 수사였다. 영어 원문으로는 어떻게 되어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수사와 오버하는 듯한 말투가 나름의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책은 술술 읽히는 묘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이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도적 떼'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그러한 선입견을 깨준 작품은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게 되면서 또 한번 그 선입견을 깨 준 느낌이 들었다. 루이 14세 시기에 쓰여졌던 작품이니 꽤 고전 쪽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전혀 부담없이 읽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쩌면 내가 희곡이라는 장르에 조금은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타르튀프」, 「동 쥐앙 혹은 석상의 잔치」, 「인간 혐오자」 이렇게 총 3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저자인 몰리에르는 이 세작품을 통해 공통적으로 위선자, 혹은 어리석은 자아도취자와 같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당시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몰리에르의 시선을 따라 등장인물들의 못난모습을 바라보며 신나게 욕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다소 마음에 안드는 경향들도 있었다. 특히 「타르튀프」에서의 결말은 마치 다 된 밥에 재뿌리는 것과 같은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데, 아무리 카톨릭 및 종교세력과의 대착점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국왕폐하만세~'와 같은 결말은 꽤나 황당했다. 그럼에도 위선자의 대표캐릭터로 작품의 키를 쥐고있는 타르튀프를 3막이 되어서야 등장시키고, 타르튀프의 캐릭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인식되어지고 있는 타르튀프의 이미지를 더 부각시켜서 설명하는 장치는 진부하지 않고, 또 오히려 작품 전체적으로도 효과적인 전개라는 생각이 들어 신선했다. 


오히려 「동 쥐앙」은 결말에서 진부한 면도 보였는데, 그러한 진부한 결말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 쥐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이 마지막의 월급타령을 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였던 만큼, 마지막까지 그러한 캐릭터가 부각되는 장면이라서 매우 공감하면서도 빵터져서 웃어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운문이 아닌 산문으로 적힌 작품이다 보니, 내가 읽으면서도 이거 당시 배우들이 어떻게 외워서 공연을 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사가 한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입체적으로 보였던 작품이 「인간 혐오자」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도 세 작품 중에선 가장 마지막에 쓰여져서 그런지, 좀 더 입체적이었다고나 할까? 이전 작품들이 매우 강하게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지향했다고 한다면, 「인간 혐오자」의 경우는 읽으면서 대체 악역이 누구고, 누가 현명한 사람인지 갈팡질팡했다. 그만큼 절대적으로 착한 캐릭터가 보이지도 않았고, 「타르튀프」에 등장한 도린처럼 사이다발언으로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사람도 없었다. 무언가 하나 이상의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세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아무튼, 루이 14세에서 시민혁명까지 이어지는 프랑스의 시기는 거의 역사책이나 시민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만을 주로 접해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몰리에르의 작품으로 접하니 또 새롭고 디테일한 상황을 엿본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희곡작품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린 : 그러죠. 하지만 말을 안 한다고 생각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타르튀프 : 어쨌든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건 쉬운 일입니다. 여기선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떠들어 댈 때만 죄가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떠들어 대야 죄가 되는 것이지 조용히 저지르는 건 죄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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