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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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어령, 정형모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 Mashimaro | 2017. 3. 9. 03:08






이어령씨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셨더라...? 내가 알기로는 80대이신데.. 나의 뇌보다 더 활동적인 뇌를 갖고 있는게 틀림없다. 사실, 저자의 책은 깊이가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참 읽기가 쉽다. 내가 참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또 그 생각을 말과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상당하다. 사실 글로 나의 생각을 표현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쉬운일이라면 내가 논문을 쓰며 이렇게까지 고생하진 않을듯.. 그래서 난 생각을 간결하고 알기쉽게, 심지어 재미있게 풀어내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저자는 그러한 사람 중에 한명이다. 글을 읽을수록 글쓴이에 대해 알고 싶고, 그 글쓴이에게 자극받는 그런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이 거의 할아버지뻘이다. 


글을 읽는 내내 자극을 받는다. 그 연세에 나보다 더 많은 스마트한 도구들을 이용하고, 또 그러한 활용을 통해 자기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그러한 데이터들을 통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 사고의 흐름을 통해 통찰력있는 이야기들을 해나간다. 그 열정과 부지런함, 그리고 여전히 생동감있는 그의 '知'에 대한 열정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읽는 내내 자극을 받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연구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에 비해 나는 정말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가.. 책을 읽으며 '지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는 저자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표지에도 나와 있는 Thought를 버리고 Thinking하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 닿는다. 과연 나는 '지의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깜냥과 열정이 있는가...?







"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지. 미래학자들 말이 틀리는 이유 알아? 그들은 언제나 이런 세상을 만들자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온다고 말해. 하지만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 그 비전이 천천히 오더라도 오늘 그것을 보여줘야 해."



"책으로는 아직 안 나온 것들이야. 살아있는 정보들이지. 책이나 도서관에 있는 것은 이미 누군가 생각한 것들, 즉 소트(thought)야. 과거분사지. 하지만 나는 지금 검색을 통해 싱킹(thinking)하고 있어. 싱킹은 think의 현재분사야. 질이 달라. 국경 없이 창궐하는 에볼라와 싸우는 것은 '국경 없는 의사회'만이 아니란 말이지. '국경 없는 지식인단'도 필요한 때가 온 거야. 소트가 아니라 싱킹하는 '국경 없는 지식인단'. 갑자기 튀어나오는 정체불명의 인류 역사상 한번도 겪지 못한 바이러스가 침입하잖아. 우리 몸에 면역 기관으로만 막을 수 있어? 병균만이야? 세계 도처에서 우리 DNA 정보에 한 번도 찍힌 적이 없는 놀라운 사건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잖아. 싱킹, 그게 인문학자들이 해야 할 면역체라고."



과학과 기술의 수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상상이다. 그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마인드다. 그것도 과거를 소트(thought)하는 인문학이 아니라 현재를 싱킹(thinking)하는 살아 있는 인문학. 



생명 자본주의의 상품들은 빵이 아니라 생일 케이크가 기본이 되고 자본이 되는 그런 시장이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 공생, 공동의 삶이 있는 자본주의다.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기쁨이 증식되고 생명력이 불어나는 언어요, 노래요, 그림의 자본이다. 



"그러니까 서양 사람이 열 길 물속 재는 방법으로 한 길 사람 속 재려 하고, 한국 사람이 한 길 사람 속을 재는 방식으로 물질의 세계를 재려고 하는 그때 비극이 생겨나는 거야."



아, 오늘도 정말 머시기한 하루였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이 영어에도 머시기란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와차마콜잇(whatchamacallit-what you may call it)이 그것이다. 이 말이 없었으면 미국 살면서 정말 머시기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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