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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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사카 고타로 『골든 슬럼버』

| Mashimaro | 2018. 7. 22. 23:09






결국엔 이 책을 완독했다. 어쩌다보니, 종이책으로 일본어 원서를 가지고 있고, 한국어로 된 전자책을 가지고 있다. 두권이나 쟁여놓고도 아직까지도 미루고 읽지 않았던 책을 결국 이번에 다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나의 감상은, 이 재미있는 책을 왜 진작에 안읽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이사카 코타로는 정말 이야기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소재도 다양하고, 또 그 소재를 맛깔나게 참 잘 살리는 작가이다. 거기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가 내가 유학하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출신인데다가, 유독 그 학교 혹은 센다이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쓰고 있어서 굉장히 생동감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나 이런 《골든 슬럼버》와 같이 속도감을 가지고 여러 장소로 배경이 막 바뀌는 작품에서, 그 무대가 되는 실제 장소를 알고 있다는 것은 작품을 읽는데 있어서 꽤나 큰 메리트가 된다. 덕분에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토리상의 재미도 있지만, 또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는 작품이다. 워낙에 모티브 자체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에서 따왔던 것 처럼, 거대한 기득권세력 혹은 공권력과 무고한 개인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작품을 읽기 시작한다. 그만큼, 주인공과 함께 도망치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생겨서 더 생동감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아오야기가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그를 돕는 손길들이 처처에 있었던 것 처럼, 우리 또한 그를 돕고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긴다.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론 혹은 매스컴에 대한 독설이다. 작가와 함께 작품 곳곳에서 우린 매스컴을 함께 비난하지만, 또한 그러한 매스컴에 의해서 우리 또한 휘둘리고 있음을 한번 더 실감할 수 있다. 


어쨌든, 결국 결말은 그렇게 끝이났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과연 아오야기가 어찌 될까.. 라는 궁금증에서 오는 것 같다. 결말에 불만은 없다. 그리고 도망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던 것 만큼, 어찌보면 이 작품은 하나의 큰 뼈대를 충실히 이행해 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감동포인트 혹은 따뜻한 부분들이 등장한다. 분노할 포인트가 많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무리없이 읽게 되는 하나의 힘일 것이다. 무대뽀적인 아버지이긴 하지만 그가 아들에게 보이는 무한 신뢰, 혹은 친구들이 보여주는 진짜 친구의 모습 등의 장면들이 소재에 지치지 않도록 해주었던 것 같다. 청춘드라마스러운 설정이나 캐릭터, 그리고 중간중간 위트있는 말빨을 넣어준 것은, 이 역시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서점대상에 걸맞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은근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참에 밀린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들을 주욱 읽어버릴까 생각중이다. 





옥상에서 공원을 비추는 거대한 조명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것도 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인가 싶은 생각에 몸서리가 났다. 



히구치는 옴짝달싹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본다. 진지한 표정으로 지껄이는 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심각한 얼굴로 끄덕이는 사회자. 그들이 하는 말에 얼마나 근거가 없으며 현실성이 없는지 실감한다.



"불꽃놀이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이 보는 거잖아. 내가 보고 있는 지금, 어쩌면 다른 곳에서 옛 친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유쾌하지 않아?"



"그러니까 가장 영리한 방법은."

"영리한 방법은?"

"도망치는 거. 헤엄쳐서 도망치는 거. 그거밖에 없어. 꼴이 좀 우스워도 괜찮으니까 젖 먹던 힘을 다해 도망쳐."



"생각해보면 우리는 말이에요, 멍하게 있는 동안에 법률은 만들어지고, 세금이나 의료 제도는 바뀌고, 그러다 또 어디서 전쟁이 나도 그런 흐름에 반항할 수 없도록 되어 있잖아요. 좀 그런 구조라고요. 나 같은 놈이 멍하게 있는 사이에 자기들 마음대로 다 밀어붙이죠. 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국가란 국미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기관이 아니래요.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그런거야?" 히라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한다.

"세금까지 쏟아 부어 대대적으로 도입한 그, 훌륭한 설비란 게 고작 그 정도로 허술해?"

"세금을 쏟아 부어 대대적으로 도입한 훌륭한 설비들은 대부분 다 그래요." 마치 면목 없다는 듯 그가 말했다.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고 했던 모리타의 말을 떠올린다.

야, 모리타, 그게 아니라 인간의 최대 무기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렇게 대꾸해주고 싶었다. 제 아무리 곤경에 빠지고 비참한 상황에 놓여도, 그래도 만약 웃을 수만 있다면, 분명 결코 옷을 수 없겠지만, 웃을 수만 있다면 무언가가 충전된다. 그것도 사실이다.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 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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