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대학내일20대연구소 『덕질로 인생역전』

| Mashimaro | 2018. 7. 20. 12:02






한창 일본어공부를 하고 있었던 예전에는 오타쿠라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지금도 오타쿠라는 의미는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오타쿠를 우리나라 말로 흔히 덕후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타쿠가 덕후가 되면서 그 의미는 조금 더 순화되는 느낌이 있다. 나 또한 스스로를 문구'덕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요즘은 덕후라는 표현이 그리 부정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덕후질 혹은 덕질을 통해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몇년 전에 구입한 책인지라, 현재는 더 많은 사례들이 생겨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느끼기에도 지금의 시대는 일률적인 대기업 취직이나 공무원, 선생님 등을 꿈꾸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아직 제도적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프로페셔널을 이길 수 없는 시기가 되었고, 또한 그러한 생각을 갖는 일들, 또는 지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조금 이야기들이 가볍게 다뤄진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례들을 넣으려고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심도있는 이야기,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리디북스 헬로월드 시리즈에서 보았던 사례들/작가들도 좀 보여서, 오히려 헬로월드 시리즈의 책을 읽는 것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러한 사례들을 다룬 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식으로 직업을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부딪혀서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주는 사례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쨌든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 혹은 적성에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충분히 생각해야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하기에, 한번 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끝장을 볼 정도로 제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해본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니까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을 갖고 살았다. 지금은 돌아가고 싶단 생각 전혀 안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옳은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처음엔 두루뭉술했던 길이 이제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다니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본업으로 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좋은지 안 좋은지,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 해봐야 알고, 가봐야 알지.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은 무조건 해보라고 하고 싶다.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거다. 


결국 중요한 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인 것 같다. 지난날의 실패가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 이 순간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더 나은 나의 미래를 만들 거라 생각한다.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지 세상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지어 놓은 어떤 과정을 끝내는 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제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만 특이하고 재밌는 작업을 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성장과정에 굴곡이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공부도 잘했다. 그냥 재밌고 좋아서 한다. 대기업 가는 친구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따로 있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느냐 아니냐의 차인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뭐가 더 현실적일지는 모르는 거다. 그 친구들 중에 회사나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모 유통업체 다니는 친구는 요즘 마트에서 바나나 진열한다고 푸념하더라. 전혀 생복하지 않다고. 당장의 안정성을 포기한 대신, 사표를 품에 안고 출근하지는 않는다.


내가 쓴 글을 남들한테 보여준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 반응에 일희일비한다면 부끄럽고 괴로워서 벌써 죽었을 거다.


정말 심플하게,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다른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어떤 자격증이라든지 점수가 필요한 건 아닌데, 그래도 공부는 중요하다. 

왜냐면 배우는 만큼 깊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하나에만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질 거라 생각한다. 특히, 글 쓰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국 내가 어떻게 운영을 하든 각자의 기준에 맞게 해석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까 무척 편안해졌다. 한 시간 늦게 열면서 '매출 떨어지면 어쩌지' 걱정했던 압박감들도 많이 사라졌다. 


좋아하는것, 혹은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시키느냐 마느냐의 경계에서 다들 고민을 많이 한다. 그땐 우선순위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포기할 수 있는지 아는 것. 나는 처음부터 일반적인 회사를 다닐 때만큼의 경제적인 수준을 기대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활 유지만 가능하다면 버텨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내 사생활과 현재의 행복이 조금 더 우선이었다. 


어릴 때 방송작가가 꿈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나랑 안 맞는 걸 알고 그만뒀다. 해보지 않았으면 미련이 남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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