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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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정유정 『7년의 밤』

| Mashimaro | 2018. 7. 15. 17:32






예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이제서야 완독했다. 정유정 작가가 이야기꾼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고, 또 작품들 중에서 유난히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단 책을 쥐고 읽기 시작하면 끊기 힘들정도로 계속해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책을 펼치기가 가끔 두려워 지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씁쓸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 읽은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28》이 있는데,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없었고, 또 감동적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물론 책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할 거리는 참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정유정작가는 소설 속에서도 이상향을 만들어주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디테일있게 그려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 디테일을 강하게 느꼈다. 어찌보면 가장 그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일지도 몰랐다. 특히 잠수에 대한 소재는, 마치 작가가 잠수부이기도 했던 마냥 매우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도대체 작품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취재와 공부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영제와 같은 비현실적(이었으면 좋겠는)인 캐릭터 조차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들 정도로,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인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입체적이고 소설속 세계관에서 납득이 갈 수 있도록 그려내었다. 그만큼 소설이 실감나게 다가오기도 하고, 이러한 것이 아마도 작가의 필력이지 싶다. 


내가 느낀 정유정 작가는 항상 독자에게 갈등을 주는 것 같다. 특이 이 《7년의 밤》은, 절대적인 악인이 피해자가 되었을 때.. 라는 설정이라니. 마지막에 그를 향한 복수 아닌 복수, 혹은 반격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의 결말인지. 혹시 그렇지 않다면 다른 결말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인지... 늘 갈등과 답답함, 읽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의 완성도나 구성 등은 늘 재미있고 탄탄하다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작품 읽기를 망설이는 포인트이다. 물론 그만큼 몰입도가 있다는 방증이겠지만, 읽고나면 늘 후유증이 꽤 있다. 어둡고, 힘들다. 이후 대기하고 있는 작품이 《종의 기원》인데, 이미 어느정도 소설의 설정을 들었던지라 이 작품을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개인적으로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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