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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윤선영 『세상에, 엄마와 인도여행이라니!』

| Mashimaro | 2018. 7. 8. 19:36






이 책은 제목과 책소개를 보고 바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30대에 들어선 딸이 엄마와 이모와 함께 난생처음 인도여행을 하는 이야기이다. 소재도 소재였지만, 아무래도 그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바로 끌렸던 책이다. 그리고 역시나 재미있고 그리고 뭉클하기도 하면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저자는 풍족하지 않은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가능한한 많은 곳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엄마인 박귀미여사는 전형적으로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가족 혹은 자식을 위해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싱글로 조카들과 오랜시간을 함께해왔던 이모도 합세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여행을 준비하는 저자의 비명으로부터 시작한다. 나이대가 그리 다르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나도 엄마와 함께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지, 사실 책 속에 푹 빠져서 읽었다. 저자처럼 인도여행을 하기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도! 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일어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말레이시아를 다녀오는 오고가는 비행기안에서 다 읽었다.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비행기안에서 읽는 인도여행기라니. 역시나 상상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지긴 하는데, 이게 또 예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 같이 공감하고 같이 짜증도 내면서, 그리고 저자가 발견한 새로운 엄마의 모습이 마치 우리 엄마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유독 올해 4월에 오끼나와로 다녀왔던 가족여행이 생각났고, 거기서도 엄마가 손주들 챙기느라고 본인의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이 다시 한번 생각났다. 정 안되면 엄마를 일본으로라도 모실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이 책은 인도라는 나라의 매력을 이야기해주면서 또 한편으로 엄마와의 이야기, 가족의 모습,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까지.. 가볍게 읽히는 것에 비해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읽다가 눈물이 나와서 당황하기도…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는 저자와 함께 피식 웃게 됨과 동시에, 또 저자와 함께 고민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더 피식 웃었다. 엄마와 인도여행이라니! 아니 굳이 인도가 아니더라도 엄마와의 여행이라니!! 나의 버킷리스트에도 올려야할 것 같다. 





문득 함께 여행을 하자는 첫 전화 통화 이후, 엄마는 홀로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궁금해졌다.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가슴 설레었을까, 아니면 두려웠을까. 나는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전자였을 거라고 확신했다. 왠지 엄마의 키미테까지 설레어 보였으니까.


세 번째 시험에서 낙방했을 때였나? 그때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목놓아 울었다. 정말 꺽꺽거리며 울었던 것 같다. 그때 엄마는 내가 울다 지쳐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담담히 한마디를 건넸다.
“딸아, 멀리 돌아가는 사람일수록 많이 본단다.”
나는 여전히 지금도 중요한 시험에서 자주 떨어진다. 실수도 많이 한다. 남들이 한 번에 하는 일을 두 번, 세 번에 나눠서 한다. 그래도 이제는 그때처럼 목 놓아 울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 많이 보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박귀미 여사가 나보다 더 현명한 건 수많은 시련을 거치며 돌고 돌아 지금에 와 있어서겠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엄마가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닫렸다.
“혹시라도 다음 생을 산다면 나는 다르게 살아볼 끼다.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세상을 구경하고. 그동안 닥치지도 않은 일들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며 살았나 후회가 된다.”
엄마의 말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엄마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다른 나라 돈을 환전했다. 선영이는 “우리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도 이것을 들고 한국으로 와”라며 ‘E-티켓’이란 것을 주었다. 내가 인도에서 홀로 떨어져 선영이 없이 E-티켓이란 것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영이는 나에게 “엄마랑 이모는 내가 없어도 충분히 혼자 돌아올 수 있어”라고 말했지만, 만약 혼자 떨어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인도에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오래전에는 내가 없어지면 어린 선영이가 미아가 되었겠지만, 이제는 선영이가 없으면 내가 국제 미아가 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조그마했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버린걸까. (박귀미 여사의 여행 후기 _ 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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