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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

| Mashimaro | 2018. 5. 12. 15:35






함께읽기를 쫓아가면서 읽다보니, 찰스 디킨스의 작품들도 꽤나 많이 읽게된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디킨스의 작품은 어느정도 신뢰감을 갖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작품 전에 읽었던 《위대한 유산》도 참 좋았던 것 같은데, 이 《어려운 시절》 역시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확실히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느껴졌던 풋풋함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고, 디킨스의 그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훨씬 입체적이 된 등장인물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적인 문제제기도 여전히 유지되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인물 한사람 한사람이 독립적으로 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새로웠다고나 할까? 


이젠 디킨스가 왜 노동자들이 열광하는 작가였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또 얼마나 대단한 작가였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현재의 내가 그의 작품을 읽어도, 뭔가 고전스럽지 않고, 옛날 작품같이 않은 세련됨이 있는 느낌이다. 시대적 상황만 배제한다면, 현대에 출간된 소설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아무튼, 나의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다. 그리고 이제는 디킨스의 그 비꼬는듯한 독설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그는 비유라고해서 어느정도 감추지도 않고, 또 은유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젠 그가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할까?


시작부터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씨씨는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또 이 작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독자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 것 같다. 그녀를 처음엔 조연처럼 등장시켜서 주연으로 마무리 시킨 느낌이다. 그리고 여전히 영국의 산업혁명과 노동자들의 고통, 실상, 그리고 바운더비 사장과 같은 그에 반하는 인물등을 등장시키며 한껏 그 시기의 영국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그래드그라인드씨와 그의 가족, 그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였던 루이사의 모습을 통해서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래드그라인드씨가 마지막에 톰을 위해 보여준 행동은 뭔가 마음에 들지않는 결말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랬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더 입체적이 되었다고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이젠 디킨스의 작품에서도 맹목적인 해피엔딩이 아닌, 다른 여러가지 선택지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특히나 루이사나 씨씨와 같이 작품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인물들이 여성이었다는 점도 조금은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간의 디킨스의 작품이 굳이 여성이 돋보이지 않았던 그런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루이사와 씨씨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튼, 난 이제 그의 작품을 통해서는 디킨스의 단점을 찾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당연히, 당시 그의 독자들이 그를 사랑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과유불급이로구나, '아이질식' 선생아. 조금이라도 덜 배웠다면 훨씬 잘 가르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드그라인드 선생은 성격이 딱딱하긴 해도 바운더비 사장처럼 거친 건 아니다.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불친절한 성격도 아니다. 오래전에 성격 균형을 잡는 계산 문제에서 한 번만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면 상당히 친절한 성격이 될 수도 있었다. 


"모릅니다, 사장님. 저로선 어림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해결방법을 찾는 건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사장님. 그걸 찾아야 할 사람은 우리 위에 군림하는 사람, 노동자 머리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 일도 안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한단 말입니까?"


인간은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좋아하는 감정도 있고 기억도 있고 취향도 있고 따분한 영혼도 있고 희망적인 영혼도 있는데, 이런 걸 모두 무시한 채, 능력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인간을 생산수단이나 기계로 여기고 모든 게 조용히 흘러가길 바라면서 부려 먹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비로소 인간성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방식 역시 절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사장님, 하느님이 세상을 끝내실 때까지."


물론 루이사가 지닌 훨씬 훌륭하고 심오한 성향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본질적으로 얕은 바다는 깊은 바다를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진지하게 말하는데, 공평하게 말하자면 그 말은 사실이다. 보잘것 없이 조그만 측량막대로 끝없이 깊은 바다를 재고, 잔뜩 녹슬어서 다리가 뻣뻣한 컴퍼스로 광대한 우주를 휘저으며 정말 엄청난 일을 하는 것처럼 착각했을 뿐이다. 세상에 피어나던 꽃을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능력으로 자신이 만난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뻔뻔하고 완벽하게 꺾어버렸을 뿐이다. 


"사람들은 머리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나를 못 믿겠구나. 지금까지 나는 머리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걸로 부족한 거야. 지금 이런 상황에서 머리 하나면 충분하다고 내가 감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니! 내가 지금까지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게 다른 유형의 지혜라면, 그런데 지금 필요한 게 바로 그런 지혜라면, 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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