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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마리암 마지디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 Mashimaro | 2018. 5. 4. 07:01






페르시아어라.. 내가 페르시아어를 처음 접한 것은 이란에 다녀온 2008년 이었다. 이란은 2008년에 일주일정도, 2009년에 한달정도 이렇게 두번 가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란은 나에게 있어 굉장히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란관련 책을 보면 일단 집어들게 되고, 그래서 일전에 《테헤란 나이트》도 주저 없이 구매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이란에 다녀오면서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페르시아어 교과서와 사전을 사왔던 터라, 지금까지 진전시키지 못한 반성을 담아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상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라서 당황했다. 이란혁명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저자는 그 시기 어머니의 뱃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부모의 정치관에 반발도 하면서 성장하기도 했고, 프랑스에 망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프랑스로 이주한 이란인으로서의 생활,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그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들, 익숙해진 이후에 이란인인 가족이 부끄러워지는 시간들, 그리고 다시 페르시아어를 배우며 이란을 방문하는 이야기 등. 그 과정 안에서 그녀의 생각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져 온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다. 그리고 난 죽을고비를 넘기지는 않았지만, 나를 임신한 엄마는 계엄령 속에서 밤새 고생하신 경험이 있고, 작품에서도 언급된 2009년 시위가 있었던 시기에 나는 이란에 있었으며, 현재 나 역시 일본이라는 이국에 살면서 가끔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일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이 책을 읽었다. 다르지만, 또 미묘하게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에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짧고 담담하게 서술해 간 그녀의 이야기는 뭔가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이슬람권은 모두 똑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늘 그게 안타까웠다. 너무 좋아하는 나라이고, 사람들이 너무 좋은 곳이다. 역사 또한 복잡하고 또 많은 과정들이 있었다. 예전 대 페르시아 제국을 가졌던 그 나라가, 현대로 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개인의 스케일로 보았을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너무 잘 나누어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것을 첫번째 탄생, 프랑스로 망명하여 프랑스어를 배우며 적응하는 시간을 두번째 탄생, 다시 페르시아어를 배우며 이란에 방문하는 시간을 세번째 탄생으로 이야기한다. 내 삶에는 어떠한 탄생의 시간과 적응의 시간들이 있었을까? 또, 나의 같은 전공을 하고 있는 이란친구는 테헤란 대학에서 공부한 이후 유학을 떠나서 현재는 프랑스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이 책의 마리암도, 나의 이란친구 마나도, 그리고 나도.. 또 하나의 멋진 챕터를 써 내려가는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요. 날 봐요. 난 서른세 살이고 엄청난 부를 물려받았어요. 나는 못생기지도 않았고 이란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죠. 더구나 런던에서 기업경영 석사 학위도 땄어요. 산투르이란 전통악기와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고 요리도 아주 기가 막히게 한답니다. 하지만 나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이에요. 특히나 이란 남자들이 보기에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인 거죠."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남자들은 날 멀리해요. 나는 권력과 돈과 지성을 다 가졌거든요. 이곳에서 남자들은 나 같은 여자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아요 자신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니 난 독신으로 살 팔자인 거죠."


당신의 고통은 망명 때문이 아니에요. 아이에게 망명은 설레는 경험이나 새로운 출발, 미지의 나라를 탐험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당신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어머니, 아버지, 당신, 세 사람 사이에 맺어진 왜곡된 관계 때문입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부모와의 관계로 몰아가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이 남자는 상담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괴롭고 숨 막히는 우리 세 가족의 삼각관계로 나를 밀어 넣으려 한다. 


"마리암, 네가 가진 두 문화를 이제 받아들이렴. 마음을 편히 가져." "그게 싫다는 게 아니에요. 남의 상처를 보고 환상을 품는 위선자들에게 화가 난 거예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정중하게 내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선적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이라고요." "마리암, 증오와 분노로는 아무것도 이길 수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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