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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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Mashimaro | 2018. 4. 13. 01:41



      




이 작품은 어렸을 적 영화로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도 어려서 봤던지라 모든 내용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에 대한 인상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멜라니의 캐릭터에 대한 희미한 이미지와 애슐리가 어떠한 입장에 서 있는 인물이었는지 정도랄까? 그리고 파티준비를 하며 코르셋을 조이는 장면과 마지막 키스신 정도가 꽤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작품의 원작이 소설인 줄도 몰랐고, 또 이렇게 긴 작품인지는 더더욱 몰랐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느낌 중 하나는, 주인공인 스칼렛이 참 밉상캐릭터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난 어렸었고, 또 이 작품이 어떠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봤던 것 같다. 근데, 이번에 3권이나 되는 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책을 읽으면서 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주인공인 스칼렛에게 감정이입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 풍족한 삶을 살던 시기의 스칼렛은 여전히 밉상이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가운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직접 발벗고 뛰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명분과 이미지가 아닌 실질적이고 실체가 있는 것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이 소설이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노예제라든지 당시의 정치, 문화적인 묘사가 굉장히 많이 되어있다. 이 소설의 비판포인트는 작가가 바로 이 지역 출신이고, 철저하게 남부인의 입장에서 노예제를 옹호하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쓴 소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러한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섣불리 이런 말을 하면 인종차별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지만, 그러한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남부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남부는 패배했고, 역사는 패자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는다. 하지만, 패자인 그들도 분명 삶이 있었고 명분이 있었을 것이며, 그들이 향유했던 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난 이 소설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칼렛이 가지는 인간성, 그리고 여성상이다. 당시 여성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 그리고 미덕으로 보이는 것들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싸우는 대표주자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그러한 당시의 이상적으로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완전히 도망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사는 하나의 여성으로서 갈등하고 또 본인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여자는 시대를 잘못타고 태어났다는 생각만 들었다. 밉상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던 스칼렛에게 내가 이렇게나 빠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설의 결말이 내가 알던 결말이 아니었던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충격이었다. 아무튼, 대작임에 틀림없고, 무지하게 길지만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듯 싶다. 





 타라와 엘렌의 포근한 품에 다다라서, 그녀의 어린 두 어깨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고 - 하나같이 그녀에게서 힘과 지도력을 요구하고, 하나같이 그녀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용기와 벌써 오래전에 없어진 힘을 마부석에 앉은 그녀의 꼿꼿한 잔등에서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들 - 사경을 헤매는 여자와, 기력을 잃은 아기와, 굶주리고 어린 그녀의 아들과, 겁에 질린 흑인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마침내 벗어나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보아하니 당신은 일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남자도 당신을 위해 일을 대신 처리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도 않겠고, 그러니까 아무도 당신을 가엾게 여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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