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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Mashimaro | 2017. 12. 8. 04:19



     




위대한 유산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찰스 디킨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올리버 트위스트와 같은 작품을 읽다가, 드디어 위대한 유산을 읽게 되었는데,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지 않나 싶다. 특히나 전작들에 비해서 확실히 소설을 구성해가는 스토리의 능숙함이 보인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서 별다른 기대 없이 시작했고, 전반부를 읽으면서도 그렇게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인 핍이 탈옥수와 만나는 부분들은 확실히 긴장감으로 인해 스토리에 집중하게 해 주었고, 이후의 상황들은 그냥 잔잔하게 스토리를 진행해가는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올리버 트위스트가 훨씬 거칠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놓고 당시 시대상을 꼬집은 느낌도 있었고 마치 1인 시위를 하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었는데, 이 위대한 유산은 끝까지 소설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은근슬쩍 녹여내는 느낌이었다. 뭔가 노련해진 느낌이랄까?


사실 2부에 들어가서는 분량도 분량이고 거의 기계적으로 읽고 있었다. 뭔가 집중하게 하는 부분도 없고, 그냥저냥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로 따라가는 느낌이었는데, 2부 마지막 부분부터 3부가 끝나갈 때까지 정말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뭔가를 열심히 세팅해두고 후반부에서 몰아치면서 하나씩 베일을 벗겨주는 작품들은 이외에도 참 많은데, 뭐랄까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면서도 서프라이즈가 목적이 아닌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굉장히 특이했다. 아마도 소설의 구성 자체가 주인공인 핍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1인칭으로 서술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핍은 이미 다 알고있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나름 복선 및 떡밥은 자기가 알아서 깔아준다. 대신 무언가가 있음을 계속 암시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기에, 나같이 둔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놀라면서 소설 속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사회적인 문제제기와 공동체적인 큰 부분들에 대해서 데모하듯이 건드렸다면, 이 위대한 유산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녹여내 버리고, 전면적으로는 진정한 '신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것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은 주인공인 핍이었을 것이고, 요동치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가감없이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디킨스는 시대상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참 잘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인공인 핍은 올리버 처럼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며, 든든한 조와 비디 허버트와 같은 평생지기도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점들이 우리가 디킨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새드엔딩을 염려하며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웨믹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웨믹과 같은 가정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이 일은 적어도 나만큼이나 조에게도 형이상학적인 난제였다. 하지만 조는 이 문제를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완전히 떼어 냄으로써 극복했다. 


「네가 확신해도 좋을 게 하나 있어 핍.」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가 말했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라는 거야. 어떻게 해서 생겨났든 간에 거짓말은 절대로 생겨나서는 안 되는 거야. 거짓말은 그 왕초 격인 악마란 놈으로부터 와서 돌고 돌아 다시 같은 놈에게 돌아간단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마, 핍. <그런 일>은 비천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니라네, 친구. 그리고 그 비천하다는 말 말이야.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분명히 이해가 안돼. 넌 어떤 일들에선 비범해. 넌 비범할 정도로 작아. 또한 넌 비범한 학자이고.


「다리를 고르세요, 핍 씨.」 웨믹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다리로 걸어가서 돈을 다리 중앙부의 아치 너머 템스 강으로 내던지세요. 그러면 돈의 종말을 알게 될 겁니다. 돈으로 친구에게 도움을 주면 친구 관계의 종말을 알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더 기분 나쁘고 유익하지 못한 종말이지요.」


웨믹의 노친이 신문을 읽는 모습은 옛날 윕슬 씨의 대고모 집에서 수업을 받던 일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꼭 열쇠 구멍을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더욱 듣기 좋은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촛불을 좀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했는데, 그가 계속해서 머리나 신문을 거기에 갖다 대기 직전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에 이 일에는 화약 공장만큼이나 많은 감시가 필요했다. 그러나 웨믹은 노친을 지켜보는 일에서도 지칠 줄을 몰랐고 그저 온화하기만 했다. 그래서 노인은 자신이 여러 차례 구조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 신문을 읽었다. 그가 우리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모두 더없이 재미나고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으며 그가 다시 읽기 시작할 때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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