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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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박시백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0』

| Mashimaro | 2017. 7. 14. 14:03



     




이 책을 작년 10월부터 읽기 시작했던가? 20권이라고는 하지만 꽤 오래걸렸던 것 같다. 사실 만화로 되어있는 책이라고 해서 조금 얕봤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근데, 만화라고 생각하고 쉽게 덤볐다가는 꽤 고생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만화라고는 해도 텍스트가 엄청나게 많아서, 이게 만화인지 인문서적인지.. 뭔가 속는 기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내용상으로도 만만치는 않다. 물론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현대어도 섞어가며 작가가 고심한 부분이 보이는데, 그 내용들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용의 고증이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서 작가의 이러한 작업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저자인 박시백씨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자료들을 뒤지며 이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그냥 텍스트로 된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의 복장이나 스타일, 건물의 형태, 자연경관 등 여러가지 디테일하게 확인해야할 작업들이 훨씬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집필한 시간이 13년이라고 하는데, 말이 쉬워서 13년이지... 만화가가 13년동안 역사서적을 파고 연구해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읽고싶어하는 꽤 여러사람에게 이 책을 권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역사라는 것은 '팩트' 그 자체라기보다 '해석'이라는 부분이 강할 수 있는데, 요즘 워낙 역사교과서 문제도 있었고, 또 각자 생각하는 해석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꽤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왠지 어느시기에는 '정치'라는 테마보다 '역사'라는 테마에서 더 민감하게들 반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꽤나 열린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 부분은 자신의 의견이라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줬다. 즉,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그리고 썼어. 판단은 여러분이...' 라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역사서들, 특히 전문가들이 쓴 책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별 정보가 없이 '공부'하는 느낌으로 역사책을 읽는 독자는 작가의 생각으로 편향되기가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작가와 같이 비판도 해보고, 조선시대 정치에 대한 평가도 해보고, 위대한 왕이거나 폭군이거나 어떤 유명한 정승이라거나 하는 사람들도 멋진부분, 찌질한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조선왕조실록의 모든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한 '허브'의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잘 몰랐던 어느시기의 사건을 더 찾아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매권 뒤쪽에 실려있는 연표나 같은시기 세계사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함께 보게되면 어느정도 전체적인 틀이 잡힌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입문서로 추천하는 편이다. 책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면 그것도 또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하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서를 읽고 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건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뭐 E. H. Carr도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으니까...^^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고 생각해보니 한가지 아쉬웠던 것이... 매 권을 읽고나서 한권씩 리뷰를 써두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함께 쓰려니 전체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가 없네... 나중에 한 권씩 리뷰로 정리해가며 다시한번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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