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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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야마오카 소하치 『대망 10』

| Mashimaro | 2017. 7. 11. 16:14






대망 (중에서도 '도쿠가와 이에야스'편)도 이제 종반으로 가고 있다. 9권에서 세키가하라전투가 끝난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실제로 10권에 들어오면서는 전국시대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전쟁의 시대에서 정치의 시대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일본 내부의 사정만이 아닌 서양 열강들과의 관계가 꽤나 큰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대망을 읽었던지라, 조선시대 후반에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우리나라의 모습과 굉장히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또 그러다보니, 선교를 기치로 하고 일본으로 흘러들어왔던 서양의 배들이, 그들의 상황에 따라 구교와 신교로 대립하는 모습이 일본 내부상황에도 갈등을 가져왔다는 점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히데요시 시절부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구교의 세력에, 이에야스의 측근으로 부상한 신교의 세력. 거기에 이에야스가 구교나 신교 상관없이 실리를 추구한다는 점. 이러한 상황들이 얽히고 섥혀서 의외의 상황들을 연출해내고 있다는 점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론, 에도막부시대는 이러한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단계들을 밟아갔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찌보면 일본열도는 전국시대라는 싸움이 끝남과 동시에 유교와 서양의 문화를 함께 받아들인 꼴이 되었던 것이다. 그게 어떠한 면에서 맨날 마지막에 받아들이기만 하던 일본이, 아시아라는 세계에서 역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시대를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10권에서 짜증나는 캐릭터라하면 단연 나가야스와 요도마님을 들 수 있겠다. 나가야스는 사실 9권에서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사고칠 것 같은 인물로 의심해왔던 인물이기도 하기에 예상대로 갔다고 하지만, 요도마님처럼 이렇게 오랜기간 끈질기게 짜증나는 캐릭터도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녀의 성장과정이나 주어진 환경을 보면 이해는 할 수 있다만, 그놈의 이해한다는 말도 이제 지겨울 정도로 잊을만하면 사고를 치는 것 같다. 문제는 그녀가 처한 환경이 단순한 여염집 아낙 같은 그러한 위치도 아니고, 민감할대로 민감한 히데요리의 생모라는 위치때문에, 그녀의 그 변덕같은 성격이 중요한 위기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조울증같은 느낌도 들고, 어쩜 저렇게 감정컨트롤을 못할까 싶기도 하다. 다시한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현명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던 10권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주인공인 이에야스도 70세가 되었고, 그의 시대도 막을 내려가게 되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에도막부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과연 이렇게 오래동안 지속되는 막부의 기초를 어떻게 마무리 지으며 후계자들에게 상속시켜갈지, 또 아직 전국시대의 불안이 남아있는 요소들을 어떻게 치세해갈지 나도 마지막까지 잘 정리해가며 지켜봐야겠다. 





"이것은 대감님의 마음가짐과는 다른 겁니다. 대감 스스로 선이라 여기실지라도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악이라고 주장할 때는 솔직하게 개량하실 마음가짐이 긴요하다는 건 말씀드릴 것까지도 없습니다." "그럴 테지. 선과 악이란 때로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까."


"시대가 바뀌었다......" 이미 지난날처럼 약육강식이 무사의 신조라고 떠벌이며 사나운 폭력에만 의존할 때는 지나갔다.


이에야스는 웃으면서 정면의 푸른 하늘에 솟아 있는 후지 산을 가리켰다. "저것을 보아라, 저것을......" "예......" "높고 뛰어난 것은 어디서 바라보든 변함없잖느냐?"


"그렇지. 아무리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자라도 지성이 함께 따르지 않으면 위험한 허우적거림밖에 될 수 없어. 이시다 미쓰나리가 좋은 예였지. 다이코가 죽은 뒤 천하의 주인은 이에야스라고 잘 내다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난리를 서둘러 일으켜 멸망해 간 거야...... 스스로 망할 때는 자기에게 가장 호의를 가진 귀중한 사람들을 송두리째 희생시키게 된다는 걸 깨닫지 못했어. 그렇게 되면 앞을 볼 줄 아는 눈이 없는 것보다 더 나빠."


"도요토미 가문의 은혜를 생각하여 히데요리님에게 쇼군직을 넘겨라...... 요즈음 이런 말을 하며 목숨걸 영주들은 아마 없겠지요. 그러나 종교라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오고쇼가 젊었을 때 대대로 내려온 가신들이 잇코 종도 반란 때 반항한 일이 있었다더군요...... 아시겠습니까, 예수교 신자...... 라면 첫째로 도쿠가와 가문의 기둥인 오쿠보 다다치카님이 있지요. 그리고 다테 마사무네...... 그 사위 마쓰다이라 다다테루...... 그리고 다카야마 우콘을 아직도 보호하고 있는 마에다 도시나가......" 스미노쿠라 요이치가 거기까지 말하자 듣기 겨운 듯 혼아미 고에쓰는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그만! 그렇게 따지면 내일부터 일본은 당장 싸우터가 돼."


"그러므로 양쪽과의 원활한 교역을 바란다면 그 양쪽의 어느 편에도 국내 소란의 원인이 될 만한 것...... 즉 거점이 될 만한 게 없도록 해두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

/'그런가, 양쪽과 국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약점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으면......' 고에쓰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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