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르는, 마치 만화같은 책표지와는 다르게 '호러'라고 되어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서운 걸 못읽으니깐. 근데, 읽은 분들의 이야기나 역자의 해설을 보아도, 이 책을 호러물로 인정할 수 없다던지, 호러라고 해야하는지 판타지라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반응들을 보고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확실히, 이 책을 호러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호러의 정의가 어떠하든간에, 무서운거 못읽는 내가 이 책을 다 읽었거든. ㅎㅎ 그것도 생각보다 금방 읽게되었다. 그만큼 내용이 궁금해서 후딱 읽어내었던 것도 같다.
이야기는 '기억술사'라는 도시괴담 혹은 도시전설이라고 불리는 개념을 차용하고 있는데, 여타 도시전설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나 역시도 TV에서 도시전설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는내내 뭔가 쎄-한 느낌이 지속되기는 한다. 그게 직접적인 공포를 들이대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소재로 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공포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호러라는 장르에 집어넣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죽는 것 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읽었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도 기억이 사라지는 에피소드가 등장했었는데, 그때도 읽으면서 생각보다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책의 결말은 어느정도는 예상했지만, 또 어느정도는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쭈뼛하고 섰던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쎄-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아무튼, '기억'이라는 것에 대한, 혹은 '추억'이라는 것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기억술사'라는 것은 고마운 존재일지, 나쁜 존재일지.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이 출간된 바로는 1권부터 3권까지가 있는데, 1권을 다 읽고 나니 이책은 1권이 원래 소설이고 2-3권이 속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자후기에도 그렇게 쓰여있었고. 따라서 1권만 읽어도 내용은 성립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속편을 어떻게 구성했을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다.
"후회가 되는 일을 후회할 수도 없게 돼. 기억을 잃었으니까."
사선으로 곧장 쳐다보는 마티의 시선을 받아냈다.
"언젠가 후회한다 한들 그건 그 사람이 선택한 결과잖아."
"......그렇지."
그러나 후회하는 것도 후회하지 않는 것도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았나 틀렸나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결정하는 것.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판단하고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문제라고, 난 생각해. 기억을 잃으면 후회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거잖아?"
기억을 지우는 것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삶, 모두를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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