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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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Mashimaro | 2017. 5. 22. 04:40






완독한 기욤 뮈소의 책은 종이여자 이후의 두번째 책이었다. 사실 기욤 뮈소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고, 종이여자를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소재가 책이라는 것에서 오는 참신함과 재미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실제로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저 술술 읽히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식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막힘없이 술술 읽혔고 스토리를 읽어가는데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필력이 있었다. 


[Review link] 기욤 뮈소 『종이 여자』


정작 내가 이 소설에서 특별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30세의 엘리엇과 60세의 엘리엇이 약속을 하는 그 시점부터였다. 일리나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자신의 고통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그 고통을 안고 가겠다고 결단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도 슬픔일 것이고, 다시 보지 못하게 되는 것도 괴로울 테지만, 주인공들도 그리고 읽는 나도 함께 느꼈던 것은 비밀을 안고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그 외로움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장 감정이입이 되었던 부분은, 가장 담담하고 간결하게 서술하는 부분이기도 한 30대의 엘리엇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그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이 소설에서 가장 짧고 가장 스피디하게 그려나갔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30대의 엘리엇은 미래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미션들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고 죽기전까지 그 비밀들을 안고 떠났다. 하나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엘리엇이 마지막에 지도책 속에 남겨둔 그 하나였다. 역시 IQ166다운 발상이라고 할까? 그 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과연 주인공을 그러한 캐릭터로 그려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 소설은 어찌보면 완전 진부한 내용이다. 아마도 그러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심하게 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예전에 '나인'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았을때는 한번의 시간여행에 따라서 극적으로 바뀌는 미래의 상황들을 쫓아가느라 집중하면서 봤었고, 또한 어찌 바뀔지 모르는 상황들 때문에 더 기대하며 또는 놀라며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어찌보면 그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면, 이 소설은 그것을 철저하게 절제한다. 그 절제하는 과정들을 통해 주인공들과 나와같은 독자들은 무엇이 더 가치있는 것이고,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 점이 내가 이 소설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엘리엇에게 한없기 공감했고, 또 함께 아파했던 것 같다. 책을 덮고 잠깐동안이나마,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과, 또 그 삶과 시간 속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우리 눈앞에 미래에서 무더기로 몰려온 여행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스티븐 호킹


엘리엇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럼 저는 어떻습니까?"

"자네는 그럭저럭 잘 지내."

"훌륭한 의사가 되었습니까?"

"자네는 이미 훌륭한 의사야, 엘리엇."

"제가 지금보다 더 강해졌습니까? 환자들의 죽음에 더러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적당한 거리도 둘 줄 아는 의사입니까?"

"아니, 자네는 절대로 환자들의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못하네. 자네가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환자들과 거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순간 엘리엇은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가 그를 찾지 못하면 그가 우리를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 위기의 주부들


사방이 막힌 수족관에 갇힌 채 화학약품을 처리한 물속에서 철퍼덕거리며 비타민과 항생제를 달고 살아야하는 고래의 삶은 관광객들이 무심코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이상적이지 않았다. 물론 고래의 공연이야말로 장관에 해당되지만 인간과 별 차이가 없는 인지능력을 지닌 이 예민한 동물들에게는 그 자체가 일종의 모욕일 수 있었다.


우리는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시련을 통해서만 배운다. - 스와미 프라냔파드


젊을 때 지혜가 있다면, 나이 들어서 힘이 있다면.......


스무 살에,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춤춘다. 서른 살에, 우리는 원 안을 떠돈다. 쉰 살에, 우리는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쳐다보지 않고 원주 위를 걸어 다닌다. 이후에는, 중요하지도 않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특권, 우리는 투명 인간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 세네카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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